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회담했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 때 공개된 대화에선 남북 간 현안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2000년 회담과는 달리 북측의 요구로 평양에 파견된 남한 기자들의 취재 접근이 불허됐다. 청와대 전속 영상팀의 촬영만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대화 내용이 정확히 녹취되지 않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을 마친 뒤 우리측 대표단·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오전 회담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다음은 언론에 공개된 대화록과 노 대통령의 발언 주요 내용이다.

◆오전 정상회담

▲김 위원장=잘 주무셨습니까. 이 숙소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주무셨습니다.

▲노 대통령=잘 잤습니다. 숙소가 아주 훌륭합니다.

▲김=큰물 때문에 정상회담을 연기하게 되어….

▲노=차를 타고 올라오다 보니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김=김대중 대통령은 하늘로 오셨는데, 대통령께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로 오셔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육로로 올 수 있었던 것이 아주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넘어올 때 감동이 있었습니다만, 넘어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육로로 오실 때 도로를 잘 정비를 하지 못해서 좀 불편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노=그렇지 않습니다. 주변 경관 참 좋았죠. 어제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시민들이 나와서 길에서 아주 성대히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위원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김=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뭐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서 있을 필요 없죠.

▲노=마음속으로 무척이나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후 정상회담

(회담장 앞 복도에서)

▲김=점심도 맛있게 드셨습니까. 옥류관에서 국수를 드셨다면서요. 평양 국수와 서울 국수, 어떤 게 맛있습니까.

▲노=맛있게 먹었습니다. 평양국수 맛이 진한 것 같더군요.

(회담장에 마주앉은 뒤)

▲김=기상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떠나기에 앞서 오찬이 있는데 1시간30분 가량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늦추는 것으로 하시지요.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시고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는데, 경호·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대통령이 결심 못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

▲노=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오후 회담 끝부분에)

▲김=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습니다.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

◆노 대통령 남측 수행원과의 오찬 발언

"(오전 회담에서) 모든 부분에 인식을 같이하진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평화에 대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화해와 통일에 대해서는 논쟁이 따로 없었다. 한 가지 쉽지 않은 벽을 느끼기도 했다.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아주 만족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북측이 속도의 문제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다. 단초다'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 식 관점에서 우리 편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북측이 볼 때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전에 대화를 나눴지만 세세한 얘기를 오후에 하겠다.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차비가 많이 들었다. 성과를 많이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