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든 것은, '평화체제'에 노 대통령이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화체제'는 현재의 정전(停戰)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이 관계정상화 수준까지 가는 상황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노 대통령이 말한 '평화정착'이라는 것은 이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단계별 상황이 모두 완성됐을 경우를 상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두가지 핵심의제를 말해왔다. 하나는 남북 경제공동체로 가기 위한 협의의 시발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평화체제 논의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근본적으로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30일 6자회담에서 연내 핵 불능화 및 신고를 담은 합의문이 나온 데 대해 상당히 고무된 듯 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6자회담의 진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천호선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면서 "적극 대처하면 한반도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은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으로부터 북핵 폐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몇 가지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LL(서해북방한계선)·DMZ(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 군사적 안전보장조치, 추가 경제특구 지정 및 투자보장 제도화 방안 합의 등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양측의 원칙적 의지를 담은 선언을 채택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북한에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체제나 평화정착은 원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숱한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핵 문제도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북한은 미군철수, 보안법 폐지 등을 평화체제 논의 시작의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 말의 성찬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업적 빈곤’에 시달리는 노 대통령이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려는 마음에서 너무 이르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