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3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공동 발표하기 위해 당국 간에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선언에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넣자고 북한측에 제안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1일 ‘건군 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가장 우선적 의제로 다룰 것”이라면서 “평화에 대한 확신 없이는 공동번영도, 통일의 길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말한 ‘평화정착’은 긴장완화 조치, 경협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 평화체제 협상 논의 시작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모든 것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협정, 나아가 군비축소와 같은 문제까지도 다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평화선언’에 대해 “아직 이름을 무엇으로 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별도 선언으로 할지, 합의문에 포함시킬지 등에 대한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화선언의 구체적 내용은 2일 방북하는 정부 대표단과 북측 간 협의를 계속해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실질적인 경제 지원을 통한 평화 정착에, 북측은 통일 방안을 명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6·25 전쟁 이후 유지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중간 단계로 “6·25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종전(終戰) 선언에 가까운 평화선언 가능성도 정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9월 7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언론브리핑 때 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한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라고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실질적으로는 영변 핵 시설 폐쇄에 그치고 있는 상태에서 ‘평화선언’이 발표될 경우 자칫 그릇된 환상을 심어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진현 서울대 교수는 “북핵 폐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군사적 대치도 여전하다”며 “현실과 괴리된 상태에서 선언이 나오는 것은 결과적으로 평화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일 오전 9시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뒤 평양~개성 고속도로를 달려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