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자율적 교환이 이뤄지는 마당으로, 경쟁과 대안(代案)을 파생시킨다. 유연한 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시장경제야말로 유일한 자연경제다. 그러나 시장은 기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다.”

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낸 존 맥밀런(John McMillan)은 시장을 숭앙하거나 경멸할 필요 없이 그냥 굴러가도록 놔두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악한 자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한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에 동조한다. 그러나 “시장이 아무 뒷받침 없이 제 기능을 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단다. 요컨대, 불완전하나 최상의 수단이란 것이다.

맥밀런은 경쟁의 효과에 대해, 구매자·판매자 간 협상력의 균형을 바꿔 놓고, 거래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경쟁은 기업에 혁신을 강요하고, 적자생존 원칙이 비효율적 기업을 걸러내 경제 전반에 득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매의 효율성을 설명하기 위해 힐러리 미 상원의원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가 9개 출판사의 공개 경매에서 800만 달러에 낙찰된 사례를 든다. 최소 100만 권 이상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기에 낙찰자가 도리어 손해를 볼 것처럼 보일 수 있었는데, 출판사 사이먼&슈스터 측은 “검토 결과 높은 수익성을 낙관했기 때문에 큰 돈을 쏟아 부었다”며 흡족해 했다는 것이다. 맥밀런은 “경매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고 모든 이가 행복한 가운데 참여하게 된다”는 한 출판 에이전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노련한 입찰자들이 참여할수록, 특히 밀봉 입찰이 아닌 공개 경매에서 낙찰가는 책의 가치를 좀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호주 뉴 사우스 웨일스 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맥밀런은 정부의 규제 철폐, 국영기업 인센티브 확대, 개발도상국의 시장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3월 56세 나이로 타계한 그는 네덜란드 알스메르 꽃시장, 베트남 하노이 좌판, 콩고민주공화국 난민촌, 일본 스키지 어물전, 실리콘 밸리를 넘나들며 시장 원리를 뽑아낸다.

맥밀런은 미국이 강력한 금주법(1920~33)으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을 “자유와 위스키는 함께 움직인다”(로버트 번스·18세기 영국 시인)는 인용으로 해설하고, 17세기 귀족의 후원제도와 자유 경쟁을 도입해 미술품 시장을 만든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상업적 감각을 들춰낸다.

그는 ‘소유권’을 설명하면서 “기적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천이고, 베트남 트럭기사부터 첨단 신약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노력과 위기를 감수하는 모험의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정보 획득의 평등화를 도왔지만, 구매자의 탐색비용 격차를 더 좁혀야 하고 보증서·브랜드·전문중개인 같은 품질 보장 메커니즘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제 Reinventing the Bazaar: a natural history of mark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