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미 인사 100여명 앞에서 오찬 연설을 하는 동안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인근에서는 100여 동포들의 규탄 시위가 벌어지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뉴욕애국연합 회원 100여명이 맨해튼 파크애버뉴50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주변에서 벌인 '김대중 뉴욕 방문 및 좌파정권 규탄시위'는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1시간30분 동안 펼쳐졌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뉴욕 동포들의 시위는 지난 1981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뉴욕 방문 때 이후 26년만의 일이다.

한편 세계 각국 정상들의 숙소가 몰려 있는 아스토리아 호텔과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파크 애버뉴 일대에는 수많은 경찰들이 진을 치고 호텔 출입자들의 소지품을 검색하는 등 삼엄한 경계가 이뤄졌다.

정의사회실천시민연합(위원장 저스틴 림)을 비롯, 자유수호연합, 북한자유연대(LINK), 이북5도민회, 한국전참전전우회 등 10여개 보수우익단체 회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경 집결, 각종 국영문 구호가 쓰인 30여개의 배너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특히 이날 시위대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길을 오가는 뉴요커와 관광객들에게 영문 전단을 나눠준 시위대는 취재를 나온 한인 언론과 미국 언론에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탈북자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남신우 북한자유연대 부회장은 "DJ가 돕지 않았다면 북한은 진작에 붕괴되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워졌을 것"이라면서 "포용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다 해주겠다고 하는데 북한은 시간을 벌뿐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전참전전우회의 강석희 회장은 "좌파정권 때문에 나라를 말아먹게 생겼다. 세계인들에게 이같은 실상을 알려 잔꾀를 부리지 못하게 헤야 한다"고 격렬한 어조로 비난했다.

당초 이날 시위는 아스토리아 호텔 바로 앞 50가 코너에서 하기로 뉴욕 경찰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나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48가로 강제 이동시키는 바람에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뉴욕 경찰은 시위대 중 15명만 49가 코너에 올 수 있도록 허용, 시위대가 두 군데로 나뉘는 결과가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