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4.5㎞ 구간에 자리 잡은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은 외지인들이 청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한다는 청주의 명물. 전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이 길을 만들고 평생 애지중지 가꿔 온 홍재봉(95·청주시 사직동) 할아버지가 가로수길 곁을 영원히 떠났다. 홍씨는 청주시내 한 병원에서 17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홍씨는 청원군 강서면장으로 재직 중이던 1952년 봄, 키 1m가량의 어린 플라타너스 1600그루를 차량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황량한 비포장 도로에 심었다. 이렇게 태어난 가로수 길은 온갖 수난을 겪었고, 사라질 위기도 겪었지만 홍씨의 노력으로 50여 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한때는 청주에서 조치원을 거쳐 수원 우(牛)시장으로 가던 소장수들이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소에 붙은 파리를 쫓는 회초리로 쓰려고 가로수 가지를 꺾어가자 홍씨는 이 길에서 아예 보초를 섰다. 1970년대 초엔 경부고속도로 진입로를 확장하면서 가로수가 모두 잘려나갈 위기가 닥쳤으나 홍씨가 당국에 맞서 항의와 탄원을 거듭한 끝에, 가로수들을 옮겨 심어 이 ‘명물’ 이 온전하게 보존되기도 했다.
홍씨는 생전에 “나무는 자식과 똑같다.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자식이 올바로 자랄 수 없듯이 나무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정성껏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지극한 사랑에 힘입어 가로수터널은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됐고, 충북환경운동연합은 2000년 홍 할아버지에게 ‘충북 환경인상’ 특별상을 전달했다. 홍 할아버지는 나무의 푸름을 닮아 최근까지도 홍안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활해왔다. 산림청은 2001년 청주 가로수길을 ‘아름다운 거리 숲’ 대상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