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을 도와 경호·훈련 업무를 담당해 온 미 사설 보안업체(PSC) ‘블랙워터(Blackwater) USA’가 임무 수행 중 민간인 8명을 사살한 사건과 관련, 이라크 정부가 17일 이 업체의 면허를 취소하고 관련 직원을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혀 미 정부를 당황케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또 이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내에서 활동 중인 국내외 사설 보안업체들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섰다.
압둘 카림 칼라프(Khalaf) 이라크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16일 바그다드 서부 수니파 거주지역에서 블랙워터 직원들이 무차별 사격을 가해 경찰관 1명과 민간인 등 8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며 “블랙워터의 이라크 내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을 이라크 사법 당국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누리 알 말리키(al Maliki) 이라크 총리도 16일 “이번 총격사건은 범죄”라고 비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Rice) 미 국무장관은 17일 오후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하고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라크 대법원측은 관련자뿐 아니라 블랙워터사도 이라크 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의 발단은 16일 낮 12시30분쯤 수니파 밀집지역인 바그다드 도심 만수르 지역의 니수르 광장에서 블랙워터 직원들이 호위하던 미 국무부 직원들의 탑승 차량을 겨냥한 폭탄이 터지면서 시작됐다. 이라크 내무부측은 “이후 블랙워터 직원들이 이라크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앤 타이렐(Tyrrell) 블랙워터 대변인은 “우리 직원들은 무장한 적들과 총격전을 가졌다”며 “블랙워터 직원들은 전쟁지역에서 미국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영웅적으로 싸웠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실(SEAL) 출신인 에릭 프린스(Prince)가 1997년 창설한 블랙워터는 라이언 크로커(Crocker) 주(駐)이라크 미국대사와 국무부 직원들을 경호하는 등, 이라크 내 업무와 관련해 8억달러어치의 계약을 맺고 있다. 이라크 내에 1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50건의 보안업무 계약을 맺어 6000여 명의 계약직 직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이전부터 블랙워터 등 PSC는 이라크인들로부터 “면책특권을 믿고 과잉폭력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블랙워터의 직원 한 명은 작년 12월 24일 술에 취해 이라크 공무원 주거지역에 침입하려다 아델 압둘 마디(Mahdi) 이라크 부통령의 경호원을 총으로 쏴 죽였고 이후 아무런 처벌 없이 이라크를 빠져 나가기도 했다. 이라크 내에는 블랙워터 외에도 트리플 캐노피(Triple Canopy), 다인코프(DynCorp) 등 PSC 직원 3만여명이 경호와 훈련 등 보안업무에 종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