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작년 8월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42)씨로부터 받은 현금 1억원의 행방을 두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정 전 청장 본인은 용처를 말하지 않고 있지만, 정 전 청장 주변에선 그가 ‘1억원은 내 돈이 아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친다’고 했다는 설(說)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역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돈이 권력 실세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번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사용처를 밝히기 어렵다’던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선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부산지방국세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 전 청장은 구치소로 면회 온 지인들에게 “억울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지인들은 “그렇게까지 혼자 다 짊어질 필요가 있느냐.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지역언론은 정 전 청장 변호인을 인용, “용처를 밝히면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누군가 보호해야 할 윗선’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때마침 검찰은 정 전 청장의 국세청 사무실과 서울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매일 그를 불러 용처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정 전 청장을 구속기소할 때만 해도 검찰은 “전부 현금이어서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수사를 접었었다. 그런데 정 전 비서관 소환을 앞두고 정 전 청장이 받은 뇌물의 용처를 강도 높게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돈이 정 전 비서관 혹은 또 다른 권력실세에 흘러 들어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