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국현(文國現)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최근 정치에 부쩍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루 6~7차례의 강연과 지방행사 등 강행군을 하면서도 얼굴은 밝다.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를 넘은 것에 대해서도 그의 참모들은 “출마선언 20일 만에 이 정도면…”이라며 반기고 있다.

문 전 사장을 바라보는 범여권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돈도 조직도 지역기반도 없는 기업가 출신이 대선을 넉 달 남긴 막판에 왜 출마하느냐는 의문의 눈길 대신, 가능성을 지닌 ‘실체’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문 전 사장을 돕겠다는 의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12일 하루만도 6~7개 강연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문 전 사장을 동행 취재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출마 선언을 한 지 20일 됐는데 정치가 재미있나?

“재미도 재미지만, 보람이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하니 좋다.”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아내가 싫어한다. 월급도 안 가져오고 모은 돈도 가져가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딸 시집이라도 진작 보낼 걸 그랬다’고 하더라.”

▲ 문국현 전 유한 킴벌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신의 대선 독자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정치를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유한킴벌리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는 가족에게 유산 한푼 안 남기고, 사회에 환원했다. 난 (회사에서) 8년 조기 퇴진한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비전과 능력으로 나라를 살리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정신’이다.”(그는 1995년부터 지난 8월까지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재직했다.)

―정체성이 애매하다. 범여권 후보인가.

“난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 국민후보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주로 돕고 있다. 신당에 들어갈 생각인가.

“내가 왜 들어가나. 신당은 사람이 많아도 국민에게 감동을 못 주고 있다.”

―독자적으로 창당하는 것인가.

“재래식 정당의 경선이 끝나는 10월 말에 창당할 예정이다. 총선에서 1당이 되려면 새 사람만으론 안되고, 기존 정치인 중 21세기적 가치를 가진 분들과 함께할 것이다. 수십 명이 넘는다.”

―조금 오르긴 했어도 여전히 지지율이 3%대에 불과하다.

“정당이나 언론, 선관위(국가보조금) 지원 없이도 3% 선을 넘었다. 수도권에선 5~6%로 올랐다. 추석에 수도권 2000만 명이 고향으로 가면, 지방도 시간문제다. 인지도가 올라가면 11월에는 20~30%대로 올라갈 수 있다. 남들은 정치 오래 해서 민심을 읽는 눈과 귀가 어두워졌지만, 난 정확히 읽고 있다. 국민은 재래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경제 살리기를 바라고 있다. 재벌중심, 부패·특권 경제, 대운하로는 안 된다. 난 사람 중심의 진짜경제로 500만 일자리를 만들겠다.”

―일각에서 청와대 지원설이 돌고 있다.

“노 대통령이 2003년 2월 환경부 장관을 제의했고, 2004년에는 노동부 장관을 제의했지만, 회사 일 때문에 거절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서 서울시장 후보 제의를 받았지만, 특정 정당과 지역에 제한되기 싫었다.”

―그래도 궁극적으론 범여권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원하면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 그러나 범여권에 있는 분들은 경제 경험이 없다. 매크로(거시경제를 다루는 내각)에서 반년, 1년 있었다고 해서 경제를 아는 게 아니다. 나는 아시아 최고경영자로 국제적으로 다이내믹한 경제발전과 혁신에 참여한 사람이다. (범여권 후보들은) 그나마 있는 정치경험도 국민을 좌절 분노케 하고 실패했다. 2~3명은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데, 스스로 희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