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여)씨 권력 비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의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신씨 배후 수사를 미적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서부지검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친분’을 확인한 뒤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변 실장 외 또 신씨를 도운 인사가 있는지도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의 삭제된 이메일 가운데 아직 복원이 안 된 2005년 9월 이후 파일의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다른 배후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장윤 스님을 불러 변 전 실장으로부터 “(신씨 가짜 학위를) 문제삼지 말아달라”고 회유를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하는 등 핵심 참고인도 줄줄이 소환 중이다. “장윤 스님을 조사해봐야 변 실장을 부를지 말지 알 수 있다”고 말하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특별검사)이 들어올 수 있다는 각오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를 받더라도 다른 의혹이나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대권주자 연루설, 권력 실세 연루설이 소문으로 돌고 있는 것을 다 안다”고 말했다. 권력 실세가 나온다고 해서 그냥 덮고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서부지검의 분위기가 이처럼 반전된 데는 서부지검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질책성 독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은 동국대가 신씨를 가짜 학위문제(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로 고소한 지 44일째에야 신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때문에 ‘뒷북 수사, 몸사리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다. 컴퓨터 압수수색에서 변 실장이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을 도와준 정황과 연정(戀情)을 담은 이메일 100여건을 찾아낸 것이었다.

분위기 반전 과정에서 서부지검은 검찰 내부에서 “압수수색을 너무 늦게 하는 등 초기 수사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동국대가 가짜 학위문제로 고발해와 서부지검이 처음엔 동국대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 같다”면서 “초기 대응이 안이했던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신씨 비호세력 수사가 탄력을 받은 상황은 맞지만 서부지검이 수사 범위를 얼마나 확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윤 스님은 검찰 조사에서 “2004년 중반부터 진행된 동국대 비리 내사사건이 3년 뒤 지지부진하게 끝난 과정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윤 스님 변호사인 이중훈 변호사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중앙대 필동병원 매입 과정과 교직원 채용 비리 문제점, 부설 병원의 의약품 납품 과정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고, 교육부에 특감(특별감사)을 요청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