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공유를 중시하는 한국문화를 이해시키려면 문학을 읽혀야 한다”며 미국에서 한국문학잡지를 창간한 이영준 편집장(하버드 한국학연구소 출판사).

“민주화와 경제적 풍요를 누린 한국의 젊은 세대, 그들이 갖는 내적 고민 등을 알고 싶어하는 미국의 지식인 독자들을 겨냥했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고통만 부각됐던 기존의 한국이 아니라 역동적인 오늘의 한국을 보여주는 문예지를 만들었습니다.”

한국문학 전문 영문문예지 ‘Azalea’(진달래) 창간호가 미국 하버드 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나왔다. ‘Azalea’ 창간 기획부터 최종 편집까지 실무를 맡아온 이영준(49) 하버드 한국학연구소 출판사 편집장은 “미국에서 처음 나온 한국문학 종합문예지”라며 “한국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란 미국 지식인층이 요즘 그 영화를 해석하기 위한 책을 찾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한국 문학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Azalea’ 창간호는 조선일보에 장편 소설 ‘퀴즈쇼’를 연재 중인 작가 김영하를 특집으로 삼아 ‘오빠가 돌아왔다’ 등 3편의 소설과 작가 인터뷰를 실으면서 ‘젊은 한국 문학’을 표방했다. 국제교류진흥재단(이사장 여석기)이 4500만원,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이 번역료 1600만원을 지원했고, 나머지 비용은 하버드 대학이 부담했다. 데이비드 맥캔 하버드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편집인을 맡았다.

성석제, 이혜경, 윤대녕, 하성란, 윤성희, 박민규, 김중혁 등 2000년대 한국 작가들의 단편들이 전진 배치됐다. “단편 소설을 미국에선 short story라고 쓰지만, 우리 잡지에서는 한국 단편을 일부러 fiction이라고 불렀다”고 한 이영준 편집장은 “미국 단편보다 길이가 2배인 한국 단편은 세계적으로 아주 독특한 구성과 형식, 이야기를 갖고 있는 ‘한국적 픽션’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 김지하, 황지우 등 한국 시인의 시가 50편이나 실렸다. 미국 문예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시집이 10만 부 이상 팔리는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가 살아있는 나라임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한국 방문기, 만해대상을 받은 미국 계관시인 로버트 핀스키의 ‘만해 한용운’론도 곁들였다. “미국 문단에서 알아주는 스타들이 우리 잡지에 글을 써야 한국 문학이 더 주목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음사 편집주간을 지내다 지난 97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이영준 편집장은 현재 하버드대 동아시아 학과 강사로 ‘20세기 한국문화서사’ 등을 강의 중이다.

“아주 뛰어난 미국인 번역가를 한 명 골라서 연봉 10만 달러를 줄 테니 5년 동안 특정 한국 작가의 소설 5권을 번역하라고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한국문학 세계화 방법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