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재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기자들을 맹비난하면서, “기자들이 오라면 안 가도, PD가 오라면 간다” “(PD가 가진 권력을) 더러 좀 쓰라”고 말하며 PD들을 치켜세웠다. 진심이었을까?
노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30일 이와 정반대의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KBS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비판한 ‘KBS 스페셜’ ‘MBC PD수첩’ 등을 언급하며 “그렇게 편파적이고, 그렇게 불균형한 보도는 없을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던 것.
당시 인터뷰는 사전녹화로 진행됐고, 노 대통령의 PD 관련 발언은 편집 과정에서 삭제돼 본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미공개 발언 내용을 확인한 결과 1년 전 노 대통령의 PD관(觀)은 지금과 딴판임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그런 무책임한 방송에 대해서는 방송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PD 개인의 권리냐”고 말했다. “균형이 잡히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자유냐” “노동조합의 입김에 경영진이 흔들리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방송사 경영진에게 PD들을 통제하라는 듯한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항의하면 항의한다고 보복 프로그램을 만든다”면서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의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을 공격하면서 썼던 말을 PD에게도 똑같이 사용한 것이다.
이번에 PD연합회 기념식에서 노 대통령이 PD들을 극찬하자 1년 전 노 대통령의 ‘독설’을 기억하는 KBS 직원들은 “2006년 ‘PD 비판’ 발언이 진심일까 아니면 2007년 ‘PD 칭찬’ 발언이 진심일까”라며 황당해했다.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 중견 PD는 “도대체 대통령이 PD를 어떤 존재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PD나 기자나 모두, 정권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런 존재가 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