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끝난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은 ‘부실 투성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충일 당 대표마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중대한 실수”라고 사과했다.
◆세차례 결과 발표 모두 달라
신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예비경선 당선자 발표대회를 열었다. 김덕규 국민경선위 위원장은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정동영, 유시민 등 당선자 5명을 기호 순으로 발표했다. 득표 수(數)나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출마한 9명의 후보가 사전에 그렇게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자 손학규·정동영 후보측이 서로 1등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해찬·유시민·한명숙 등 3명도 서로 3위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오후 4시50분쯤 국민경선위 이목희 부위원장이 “당선된 후보 5명의 동의를 얻었다”며 “1위 손학규, 2위 정동영, 3위 이해찬, 4위 한명숙, 5위 유시민”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정동영 후보 측이 정확한 표 차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정 후보 측 박영선 의원이 이 부위원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이에 국민경선위는 회의를 거쳐 저녁 8시 무렵 득표수와 득표율을 1차로 공개했다. 그러나 국민경선위가 공개한 득표율은 합계가 150.3%나 되는 잘못된 수치였다.
후보 진영과 언론이 재집계를 요구했고, 국민경선위는 잠시 후 1·2위 후보인 손학규·정동영간 격차가 1.3%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줄어든 결과를 2차로 비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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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까지 바뀌어
이후 국민경선위 주변에선 득표수뿐 아니라 유시민·한명숙 후보간 순위도 뒤바뀌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국민경선위는 이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자 밤11시 30분쯤 이목희 부위원장을 통해 유 후보가 4위, 한 후보가 5위라고 정정 발표했다. 경선이 끝나고 9시간 만에 득표수와 순위를 바로잡은 것이다. 정당 경선 사상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인영 국민경선위 기획위원장은 “(발표대회) 현장에서 일반인(2400명)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인단 유효투표수(4717명)로 환산하면서 200%를 적용해야 하는데 착오로 400%를 적용했다”고 했다. 일반인 조사 결과를 선거인단 조사에 비해 2배나 반영, 일반인 조사에서 유 후보에 비해 표를 많이 얻은 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 기획위원장은 “실무자가 최근 과로해 실수했다”고 했다.
◆당선 무효 논란도
신당의 ‘부실 경선’은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경선위는 5일 발표대회 때 “득표순위가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하겠다”며 각 후보측 참관인조차 개표 과정을 지켜보지 못하게 했다. 개표 시작 5분여 만에 작업을 마쳤으나, 현장에서 별도의 검수절차도 없었다.
국민경선위는 또 개표 결과를 각 후보 측에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이낙연 대변인 조차 “선거를 해놓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국민경선위는 “후보들이 경선 결과 비공개에 모두 합의한 것은 국민경선위를 그만큼 믿는다는 것”(심재권 공동부위원장)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당 안팎에서는 전날 발표의 ‘원천 무효’ 논란도 일었다. 김덕규 위원장의 당선자 발표가 잘못 계산된 득표수를 근거로 이뤄진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목희 부위원장은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득표수 정정 후에도 당선자 5명은 변화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다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