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은영(30)씨는 얼마 전 친구로부터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캐나다 남성과의 소개팅을 제안받았다. 은영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애인이나 배우자는 꼭 한국 남자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촌스럽지 않나요? 부모님요? 사람만 괜찮으면 외국인 사위 한 명쯤 있어도 좋을 것 같대요.”

한국 사회가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숫자는 지난달 24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4913만 명)의 2%.

급증하는 외국인들은 단일민족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도 크게 변화시켰다. 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제결혼이민자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95% 신뢰 수준, 표본 오차는 ±3.10%포인트)가 흥미롭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2.6%가 "우리가 단일 민족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64.8%가 같은 대답을 했다. 반면 "단일민족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는 답은 26.7%에 불과했다.

국제 결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내 자녀가 국제 결혼을 원한다면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62.4%로, “허락하지 않겠다”(36.2%)는 응답을 앞질렀다. “결혼이민자의 자녀가 내 자녀와 어울리는 것에 개의치 않겠다”는 응답은 93.2%나 됐다. 19~29세, 여성, 외국체류 유경험자, 대학생이 국제 결혼에 더 긍정적으로 공감했다.

실제로 젊은 층에 외국인 친구는 선망의 대상이다. 대학생 신혜원(22)씨는 “외국인과 같이 다니는 친구를 보면 똑똑하고 세련돼 보여서 부럽다.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 있을 때 현지 이성 친구랑 사귀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황선미(28)씨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이태원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에 참석한다. “그냥 영어로 수다 떨면서 네트워크 쌓는 거죠. 새로운 문화도 배우고요.”

외국인 사위나 며느리를 보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늘면서 국제 결혼을 보는 눈에도 변화가 생겼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둘째 딸 현희(31·유니세프 케냐 사무소)씨는 동료(소말리아 담당 부국장)인 인도 출신 시드하스 차터지 씨와 결혼했다.

국제결혼 가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도 관대해졌다. 응답자의 79.4%가 결혼이민자들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답했는데,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48.7%만 ‘호의적’이라고 답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5년 전 일본 여성과 결혼한 사업가 원영성(31)씨는 “그때만 해도 특정 종교 신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 괴로웠는데 최근 결혼한 한·일 커플들은 그런 얘기를 거의 안 듣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물론 유색인이나 혼혈 2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과 포용력, 그리고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급증으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설문 자체가 ‘이런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답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인식 변화가 실제 행동 변화로까지 이어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머리만 글로벌’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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