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밥알과 요구르트가 사랑에 빠졌다. 롯데우유의 ‘가마솥 밥 요구르트’ 광고 이야기다. 밥알이 들어간 요구르트의 맛이 사랑에 빠진 커플처럼 환상적으로 잘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코믹하게 표현했다.

이러한 유형의 광고를 초현실적 광고라고 한다. 초현실주의는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시작된 미술사조로, 성욕이나 상상, 꿈과 같이 억압된 잠재의식의 해방을 통해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일어난 전위적인 예술운동이었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에 의한 통제 없이, 그리고 미적, 도덕적 선입관을 초월해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초현실주의 회화에서는 오브제(objet)를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인 해석으로 재창조한다. 초현실주의는 몇몇 현대미술관처럼 한정된 장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전위예술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문학,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의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포괄적인 예술사조다.

다양한 장르 중에서도 오늘날 대중이 초현실주의를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분야가 광고다. 실제 우리가 크리에이티브(creative:독창적인)하다고 부르는 광고 작품들의 대부분은 초현실적인 기법에 바탕을 둔 것들이다. 크리에이티브란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날개를 펼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적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혹의 전략을 이용해 상품을 파는 수단이 광고다. 따라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광고물들을 만들기 위해 광고인들은 고심한다.

갈증해소를 강하게 연상시킬 수 있는 비주얼을 생각해보자. 그림만 봐도 갈증이 풀릴 것 같은 창의적인 작품으로 코카콜라 인쇄물을 소개하고 싶다. 타는 갈증을 느낄 때, 콜라를 들이키면 짜릿한 시원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시원함’이라는 컨셉을 그저 카피로 설명하는 방법보다는 부채, 선풍기, 샤워기 등 시원함을 연상시켜주는 오브제로 비유해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주는 효과를 낸다.

프로이드는 문명사회에서의 인간은 사회제도에 의해 본능(무의식)을 억제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욕구불만이 생긴다고 했다. 그런 현대인에게 술은 문명세계에서 억압된 인간의 무의식을 해방시켜주는 대표적인 묘약이다. 그래서 초현실적인 접근이 가장 적확하고 또 빈번한 광고가 바로 주류광고다. 보드카 ‘스미노프’는 허식으로 가려진 세상의 진실이 술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비주얼로 드러나는 내용을 담은 광고 시리즈로 유명하다.

초현실적 광고의 효과는 일차적으로 신비한 표현으로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있고, 이차적으로는 보는 이가 창조적인 수용자가 돼 광고의 은유적인 메시지를 읽게 하는 데 있다. 그 결과 관객은 광고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연상하고 반응하게 된다. 광고 속 제품은 잠재 의식 속에 있는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초현실적 광고는 궁극적으로 내재된 욕망에 따르는 삶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 전세화 문화칼럼니스트

본능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초현실적 광고는 쾌락을 추구하는 소비사회의 트렌드에 적절한 접근방식이 아닌가 한다.

소비사회는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다. 또한 내면에 감춰진 심리를 파헤친 초현실적 광고 비주얼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을 중요시하고, ‘나’를 탐구하는 성향이 강한 개인주의 소비자들의 호감을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수용자는 아무리 광고의 상업성을 거부하려 해도 무의식 중에 욕망을 충족하라고 설득하는 초현실주의의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개인의 행복실현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지금 광고 속의 초현실주의는 이렇듯 ‘욕망의 충족’이라는 신화를 낳는다. 그러므로 광고가 존재하는 한 소비자는 현실에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