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명박 대선후보측 사이에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치고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당권(黨權)·대권(大權) 분리의 엄격한 실현(본지 3일자 A8면)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3일 강재섭 대표를 만나 같은 주장을 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사당화(私黨化) 방지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기회가 되면 이 후보에게도 같은 뜻을 전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과거엔 대선 후보와 대통령이 당의 대표(총재)를 겸했으나 정당 민주주의 활성화 차원에서 2002년 대선 때부터 대통령후보와 당의 대표를 분리시켰다. 다만 당헌 87조에 ‘대통령후보자는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는 조항을 두었다.

김 의원은“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되 후보가 당무 전반에 관여할 통로를 만들어놓은 것이 당헌의 취지인데 당이 대선후보에 접수되는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방호 사무총장 인선(人選) 때 이 후보와 강 대표 간의 협의가 부족했던 점, 박계동 의원이 임명직 당직자의 일괄사퇴를 요구했던 점 등을 꼽았다.

이 후보측 인사들은 이 같은 김 의원의 주장을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두언 의원은 “당권과 대권 분리가 이미 잘 돼 있는데 새삼스러운 얘기 아니냐”며 “내년 총선 공천 걱정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대선도 치르기 전에 공천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진수희 의원은 “대선후보가 당무 전반에 관해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이 당헌의 취지이며 후보 선출 이전의 당과 이후의 당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괜한 꼬투리를 잡을 때가 아니다”고 했다. 진 의원은 “만일 대표의 권한이 침해됐다면 대표가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와 관련, 강 대표의 박재완 비서실장은 “그동안 당권·대권 분리의 당헌에 거스르는 일은 없었다”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했다.

이번 당권·대권 분리 논란은 당장 멱살잡이로까지 비화될 사안은 아니다. 어차피 선거는 후보 중심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박 전 대표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이 후보측에 “독주(獨走)하지 말라”고 견제구를 날린 정도다. 그러나 당권·대권 분리는 짙은 연기가 풀풀 나는‘휴화산(休火山)’이다. 만일 이 후보가 대선에서 지면 ‘사화산(死火山)’이 되겠지만 이 후보가 당선되면 그 순간부터 당권·대권 분리를 둘러싼 권력게임이 벌어지게 된다. 박 전 대표측은 “대통령을 차지했으니 당권은 박 전 대표측에서 가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 후보측은 “대통령이 당직을 갖지 않으면 그만일 뿐 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뽑는 것”이란 논리로 진검 승부를 겨룰 것이 분명하다.

당권과 대권

당권(黨權)은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 공천권을 포함해 당무를 결정하는 권한으로, 형식상 대표 최고위원이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 귀속된다. 대권(大權)은 국가의 원수가 국토와 국민을 통치하는 헌법상의 권한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대개 당권과 대권이 일치하지만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