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기한으로 중국 대학에 교류교수로 파견된 지 벌써 8개월이 됐다. 이곳에서 내가 즐겨 찾는 곳이 도서관과 서점이다. 중국에서 대형서점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좋은 서점도 많다. 중국의 급격한 변화상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만 중국의 서점은 아직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중국의 서점을 찾을 때마다 놀란다. 규모는 물론 동서고금을 불문한 다종다양한 서적과, 서점 안에서 운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남녀노소 독서인이 우거하고 있어서다. 유치원생과 취학 이전의 유아들이 엄마·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서점에 와, 온 가족이 독서경쟁을 하는 듯한 정경이 이젠 낯설지 않다. 서점 종업원들은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설령 독서하는 중에 책이 좀 훼손되고 흐트러지더라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다 좀 더럽혀진 책을 구매하는 경우엔 정겨운 뚝배기 장맛 같은 느낌까지 든다.

독서는 시민의 지혜를 일깨우고, 국가의 독서운동은 시민의 의식수준을 고양시킨다.

중국은 특정계층에 한정되긴 하였지만 전통적으로 독서민족이다. 그들의 독서문화는 역사환경 속에서 자기민족과 주변민족을 일깨웠다. 20세기 초 중국은 신문화운동 과정에서 백화문운동이 전 인민에게로 확산되면서 인민을 독서인으로 변환시켰고, 1949년 신국가를 건설한 후 단행한 한자의 간체 변용은 문맹퇴치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독서하는 인민이 존재하는 한 중국의 미래는 밝다. 독서를 통해 인민의 지적 역량이 증대되고, 지혜가 일깨워지며 시민의식이 고양되면, 저들은 매사에 시시비비하게 될 것이고 급기야는 국가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더 큰 인권과 자유를, 더 많은 풍요로움을 부르짖는 수순을 밟아갈 것이다. 대형서점이 독서의 마당이자 광장으로 존재하는 한, 그리고 독서현상을 방치하는 당국이 있는 한, 중국은 더욱 큰 중국으로 성장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