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 꽃집에 2005년 8월부터 지금까지 경찰·검찰·국정원·기무사·관세청에서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팩스 公文공문 4000~5000장이 들어왔다고 한다. 범죄 혐의자가 사용한 인터넷 주소(IP)를 근거로 인터넷업체에 그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접속한 컴퓨터 위치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다. 어느 인터넷업체가 본사를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기면서 팩스번호를 바꿨는데 그 번호가 꽃집 번호와 지역번호만 다를 뿐 뒷번호는 똑같아서 생긴 일이었다.
꽃집 주인은 여러 차례 112에 신고했고 순찰차가 와서 팩스로 송달된 공문 더미를 거둬 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팩스는 하루 10여장씩 쏟아져 들어왔다. 1년을 시달리던 꽃집 주인이 작년 8월 경찰서 민원실에 찾아가 바로잡아 달라고 하소연했는데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5월에야 전국 경찰서와 다른 수사기관들에 팩스 수신번호를 바로잡으라는 공문을 보냈고, 그 뒤로도 꽃집엔 이따금 공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이 이렇다. 수사 협조 對外秘대외비 공문이 인터넷업체로 전달되지 않았으니 답변도 제대로 돌아왔을 리 없다. 경찰만 해도 지방경찰청이 16곳, 일선 경찰서가 235곳이나 된다. 그 수백 개 관공서에서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인터넷업체에 ‘왜 자료를 안 보내주느냐’고 문의하는 과정에서 팩스번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다른 경찰조직에 잘못된 번호를 고치라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우리 사무실 일만 챙겼으면 끝이지 하면서 다른 사무실 일까지 챙겨 바로잡아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안한 것이다. 시민이 서류 한 장 잘못해 오면 호통을 쳐대는 공무원들 하는 일이 이 지경이다. 경찰만 아니라 다른 기관들도 똑같았다.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담당자들 목이 몇이라도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 하는 일이 이런 형편인데도 이 정권은 “일만 잘하면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며 공무원을 4년 반 동안 6만명 늘려놓았다. 그 공무원 먹여 살리는 돈이 4년 전엔 한 해 15조원씩 들었는데 지금은 20조원이 넘는다. 정말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기가 차는 정부, 기가 차는 공무원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