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직접 적고 그린 ‘기록’을 책으로 엮어 보관해 두고 있다. 책이라 해봤자 A4용지 수십 장을 반으로 접고 스테이플로 박음질한 것이지만, 그 안엔 크레용과 연필로 꾸민 들꽃 관찰기, 새싹 재배기, 독서 감상문 등 ‘주관(主觀)이 있는 동심’이 연대기 식으로 엮여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이다. 이 기록의 주인공인 경기 이천시 김지희(백사중3년)·준희(증포초등5년) 자매는 “거실에서 TV를 쫓아내고 서재를 둔 덕에 집안 어디서건 앉으면 읽고, 읽고 나면 쓰고 그리는 습관이 붙었다”고 말했다.
자매의 ‘독서·기록벽(癖)’을 키워내고 있는 서재는 부모 김성균(47)·이계순(44)씨 부부가 목공소에서 재료를 얻어 톱으로 썰고 못을 박아 만든 가내수공품이다. “교구회사에서 완제품 책꽂이를 들였더니 한 개 40만원이나 하더라고요. 한 개 4만원씩 4개를 직접 만들었고, 특히 책 표지 전체가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 결과 색다른 서재가 만들어졌다. 책을 모로 세우도록 된 게 아니라, 책 앞표지를 볼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선반이다. 어머니 이씨는 "가족을 마취시키는 TV를 7년 전 안방에 '감금'했고, 아이들이 글을 모르는 시절에도 개구리·병아리 책 표지를 보고 신기해서라도 꺼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희·준희 자매와 이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가족 독서대회'를 열기도 했다. 세 모녀가 2만원씩 모아 6만원을 상금으로 걸고 '양심껏 끝까지 읽은 도서 수'를 기준으로 우승자에게 몰아주기로 했다. 한 달 만에 100권을 돌파한 우승자 준희에게 이씨는 특별상금 10만원을 줬고, 준희는 가족들의 중국음식점 '짬뽕 회식'과 아버지를 위한 명란젓 선물 구입에 이 상금을 썼다고 한다.
예고 진학 준비에 바쁜 지희를 위해 올 여름방학엔 '대회'를 쉬었지만, 그래도 지희는 30권, 준희는 70권쯤 읽었고, 최근 읽은 책 중에 각각 '모모'와 '마시멜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TV는 꼭 필요한 교양 프로그램만 가족과 함께 보는데, 그 때문에 친구들과 대화하는 데 처진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오히려 책을 두루 읽은 덕에 시험을 준비하기 쉬운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준희도, 요즘 바이올린을 맹연습 중인 언니 지희도 반에서 상위권이다. 이씨는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 않아 엄마로서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점수 몇 점보다 좋은 책으로 삶을 기쁘게 누릴 줄 알고 밝게 살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책에서 얻은 것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예촌에서 도자기 만들기 체험학습도 하고, 들녘 여행을 가면서 들꽃 안내 도서를 가져가 직접 비교해 보고, 들판에서 가져온 재료로 진달래 꽃전이나 보랏빛 포도 수제비도 만들어 먹었다. 이씨는 자신의 독서지도 경험과 아이들의 독서일지를 꼼꼼히 함께 남겼고, 이씨는 이런 세 모녀의 각별한 얘기들을 책으로 묶어 내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가족들의 대화와 음악이 있는 '거실 문화'와 '개방형 책꽂이'를 기회 닿을 때마다 주변에 홍보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9월 신청은… livingro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