슥삭슥삭, 땅땅, 끼이익…. 한적하고 고요한 시골 분교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톱질과 못질 소리, 가구 옮기는 소리들이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 양평군 양동면 양동초교 단석분교(교장 탁연한)에선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2층짜리 학교 건물을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젊은이 21명은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 멤버들. 미술작가 모임 ‘좋은 세상 만들기’ 회원들까지 더하면 손님은 30명도 넘었다. 이들은 전교생 17명뿐인 분교에 ‘행복도서관’을 만들어주러 왔다. 빈 교실 한 칸에 책장과 책상·의자를 새로 들여놓고, 빈 벽면은 그림으로 꾸며준다.

태권도대회에 나간 4학년 박종국(10)군을 빼고 전교생이 방학인데도 모였다. 대학생들은 풍선공예와 페이스페인팅으로 아이들 웃음꽃을 피웠다. 신이 난 6학년 이경호(12)군은 특기인 꽹과리를 신나게 치며 형·누나 사이를 뛰어다녔다.

단석분교는 SK텔레콤(사장 김신배)이 도서실을 만들어준 다섯 번째 학교다. 이 회사는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줄여보자”며 도서실 보급을 결정했다. 도서실이 없는 전국 초등학교들 중 분교 10곳을 뽑아 빈 교실을 도서실로 꾸며주기로 했다. 지난 6일 경기 연천군 연천초교 고문분교(교장 곽무룡)에서 시작한 공사는 21일 제주 제주시 애월초교 더럭분교(교장 김영규)에서 마무리됐다. 새로 꾸민 도서실에 책도 300권씩 기증했다.

배유진(여·5학년)양은 공사 중인 도서실이 궁금한지 수시로 복도를 오갔다. “도서실이 생기면 동생들 데리고 매일 올 거예요.” 유진이와 여동생 유림(3학년), 유빈(유치원생)이까지 세 자매가 모두 단석분교에 다닌다. 부모님이 소들을 돌보러 나가고 나면 집에는 할머니 한 분뿐이라 맏딸 유진이가 늘 동생들을 챙긴다. 새 도서실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게 유진이의 ‘희망사항’이다.

도서실은 공사 이틀째인 18일 오후 완성됐다. 아이들은 밝고 화사한 새 도서실에 들어와 새 책을 한 권씩 잡고는 좀체 나가려 하지 않았다. 1박2일간 아이들에게 티셔츠 염색도 가르치고 사물놀이도 함께 한 이형명(여·21·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씨는 “시골 분교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