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페이크(가짜)지만 제 인생은 리얼이에요.”손윤상씨는 모자이크를 걷어내고 다시 개그맨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

“엊그제 ‘내연녀’ 역 여배우한테 따귀 맞고 멍 들었어요. 늘 촬영하고 집에 가서 보면 온몸에 손톱자국, 멍 자국이라니까요.” 배우 손윤상(34)씨가 시커멓게 그을린 팔뚝 군데군데 난 생채기를 내민다.

손씨는 불륜, 치정 등 선정적인 소재로 논란을 빚고 있는 페이크 다큐 ‘독고영재의 스캔들’에 출연하는 재연 배우다. 뿌연 모자이크 뒤 ‘얼굴 없는 배우’ 중에서도 섭외 1순위. 조강지처 놔두고 열 살이나 많은 ‘된장녀’를 꼬시는 남편, 자신의 외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인을 맞바람 피게 만드는 철면피 남편 등 악질만 도맡아 한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셀수록 입지는 더욱 견고해진다.

그는 ‘중고신인’이다. 1997년 KBS 13기 공채 개그맨 출신. ‘갈갈이’ 박준형과 동기다. 하지만 연예가 중에서도 부침(浮沈) 사이클이 유난히 짧은 개그계에서, 그는 정점 한번 못 찍고 쫓기다시피 대학로 무대로 갔다.

다시 방송과 연을 맺은 건 범죄 프로 MBC ‘현장기록 형사’(2006년 종영)에 재연 배우로 등장하게 되면서부터다. 연쇄살인마, 강간범, 절도범…. 특유의 ‘음흉한’ 눈빛으로 강력범은 모두 접수했다. 하지만 “딱 한 번만이라도 하고 싶었던” 형사 역은 끝내 못했다.

원래 ‘…스캔들’에서는 불륜현장을 덮치는 리포터 역이었다. 그러나 거침없는 말투, 커다란 목청, 순간순간 터지는 애드리브(즉흥 대사)가 제작진에게 딱 걸려 ‘내연남’ ‘의뢰남’의 운명에 처했다.

“치고받고 한참 하다 보면 촬영인지 모르고 와서 뜯어말리는 주민도 있고, 경찰차도 몇 번이나 출동했어요. 그럴 때 뿌듯하죠.” 갑자기 소매 붙들고 말리는 이웃 주민이 대본에도 없던 ‘돌발 조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케이블 TV의 열악한 제작시스템 때문에 때론 ‘비자발적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도 한다. “원래 의뢰남이었는데 대본이 갑자기 수정되면서 아내와 눈 맞는 노래방 도우미가 필요하게 된 거예요. 즉석에서 갑자기 내연남으로 둔갑해 1인2역 한거죠.(웃음)”

아무리 연기라지만 끊임없는 속임, 저속한 소재에 대한 지탄은 올가미다. 아직 어머니는 그가 불륜 재연 배우인지 모른다.

진짜 같은 가짜를 위해 온몸 바쳐 연기하는 손씨. 그의 꿈은 다시 본업(本業)으로 돌아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