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당선시키는 데‘1등 공신’역할을 한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가 당 안팎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이 최고위원의 기자회견 모습.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당선시키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22일 “백의종군(白衣從軍)하겠다”는 뜻을 캠프 핵심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이명박 캠프의 핵심이었던 간부들을 선거사무소로 썼던 여의도 사무실로 불러 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참석했던 의원들이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내 임무는 이명박을 한나라당 후보로 만든 것으로 모두 끝났다”며 “나는 이제 2선으로 후퇴하겠다. 이제 이 후보는 대선 승리를 위해 세상의 인재를 모아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주말에 지리산 등지에 3~4일쯤 산행을 다녀온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가까운 의원들이 전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은 ‘자의(自意)’일까, 아니면 ‘타의(他意)’일까.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직후부터 한나라당과 이 후보 캠프 주변에선 “이 후보가 ‘큰 정치’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최고위원부터 2선으로 물러서줘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경선 후 당의 화합을 위해선 이 후보가 당선되는 과정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 최고위원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 경선 후 이명박 후보가 처음 참석한 21일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의 모든 현황을 후보에게도 보고하라. 또 후보 일정도 앞으로 당이 맡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선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이 최고위원이 사무처에 “내 방을 후보 방 옆에 따로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갔고,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2선 후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후보 체제의 출범을 위해)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무슨 소리냐”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의 말이 달라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입장에선 선대위 구성을 앞두고 산적한 당내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이 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날 경우 적잖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최고위원이 2선 후퇴 시기를 다소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인 이 최고위원의 거취는 그러나 지금 이명박 캠프 인사는 물론, 박근혜 캠프에서 경선을 치렀던 인사들까지 가장 주시하는 ‘현안’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