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권하는 사회와 불신 사회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선임된 동국대 신정아 교수가 가짜 예일대 박사 학위 논란에 빠져 한국 예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현세씨는 그동안 대학중퇴자라고 말했던 자신의 학력이 거짓임을 고백했다. KBS 라디오 영어프로그램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던 인기 강사 이지영씨가 가짜 학위로 사람들을 속여 온 것이 밝혀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강남 학원의 유명 강사들이 자신들의 학력을 속여 왔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3000여명의 자료를 입수하여 조사 중이다. 가짜 학력과 학위를 가진 스타 큐레이터·만화가·영어 강사·학원 강사들이 대한민국의 학벌 권하는 사회를 질타하고 거짓이 판치는 불신 사회를 조장한다.

세계화는 학벌보다 실력을 원한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사교육 열기가 시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학벌 시스템이 거론된다. 한국에서 학력(學歷)은 학력(學力)이다. 학벌이 새로운 신분제도를 만들고, 졸업장으로 실력을 검증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알짜보다 가짜가 되기를 꿈꾼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유명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은 학력 콤플렉스로 제2의 대학 입시인 편입 시험을 치른다. 취업구조가 일류대학 중심이다. 학맥이 승진 구조의 강력한 힘이 된다. 학력 간 임금 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 체제인 세계화 시대에서는 실력만이 살 길이다. 명문 대학 입학이 기본적인 실력을 보증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입학 이후의 실력 향상은 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학교의 철저한 교육에 달렸다. 새로운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창의적인 사고 없이는 경제적 이윤을 생산해내지 못하는 세상에서 학벌은 포장만 화려하고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사회 기만은 양심을 버리는 행위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 학력을 꾸며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학벌 만능 사회에서 위로받을 만한 논리가 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사회적인 탓으로 규정해버리면 개인의 도덕성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는 지식인들이나 사회 지도자층의 거짓말이 가져올 수 있는 국가적 폐해를 체험했다. 정치인들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쏟아내는 변명과 거짓말이 불신 구조를 공고화하는 것처럼 거짓 학력으로 국민을 속이는 사람은 건전한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병원균이다. 투명한 사회 시스템을 갖출수록 외국 자본의 투자도 많아진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짝이는 하늘의 별처럼 내 마음 속에서 빛나는 한 올의 양심이다. 특히 예술계와 교육계는 사람들의 감성과 이성을 근본적으로 단련하는 분야이므로 정직성과 순수성이 기초가 돼야 한다. 아울러 학위관리시스템을 정비하고 취약한 검증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다.

통합교과적 접근에 필요한 다각적 사고

주요 쟁점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논의할 주제가 확연히 달라진다. 가짜 학위와 학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 무게 중심을 두면 학벌 사회의 현상과 문제점을 다룬다. 반면에 거짓 학력과 학위로 사람들을 기만한 행위에 강조점을 두면 개인의 비도덕성 문제가 크게 드러난다. 접근법이 다르면 원인과 해결책이 다르다. 어떤 현상에 대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접근을 동시에 하는 것은 다각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사회〉 교과서에서는 사회적 쟁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쟁점의 성격이나 발생 배경 등을 충분히 살리고, 다른 관점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는 자세를 요구한다. 통합교과형 논술에는 다각적 사고가 창의적 사고의 모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