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의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통증이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수술 등으로 통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 환자 가족들도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만 보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암 환자들은 통증을 참고 지내야만 할까.

얼마 전 자궁내막암으로 다른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가 찾아왔다. 암 치료는 이미 ‘완치’판정을 받았지만, 때때로 항문 주위가 꼬이는 듯한 통증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진통을 덜기 위해 간혹 모르핀을 처방 받았지만, 통증이 제대로 가시지 않아 의자에 앉기조차 힘들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환자를 진찰한 끝에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 환자의 증상에 맞춰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그러자 환자는 일주일 뒤에 와서 몇 년 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며 기뻐했다.

40대 초반의 한 유방암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아프고 모든 관절 마디마디가 다 아파서 새벽에도 깨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 환자도 암 치료는 모두 끝난 상태였고 왜 아픈지를 찾기 위해 온갖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환자에게 통증이 얼마나 심하냐고 물었다. 통증이 전혀 없을 때는 ‘0’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을 ‘10’점이라 할 때 8점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환자도 증상에 맞춰 하루에 한 번 먹는 진통제를 주자, 통증이 ‘2’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통증은 말기 암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완치’판정이 난 환자라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에 따른 통증으로 고생한다. 문제는 암 환자들의 통증에 대해 의사들이나 사회가 아직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심한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강한 진통제 처방을 하겠다는 의사가 겨우 16.5%에 그쳤다. 이는 바로 의사들이 통증 처리를 제대로 해 본 경험이 적은 탓이다. 의대에 다니면서도 통증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어떤 진통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진단이 잘 되어야 치료가 잘 되듯이 통증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혈압, 체온, 맥박수, 호흡수 4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생명이 위급한 응급상황이듯이 암 환자에게서 심한 통증은 5번째 ‘응급상황’이다. 혈압은 혈압계로 측정할 수 있고, 체온은 체온계로 잴 수 있듯이 통증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암 환자들에게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기 전에 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물어 보는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증상에 맞춰 적절한 통증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끝난 암 환자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도록 해야 한다.

▲ 윤영호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

얼마 전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68개 병원이 함께 ‘통증을 말합시다’라는 켐페인을 벌였었다. 의료인들에겐 통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들도 통증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의 방송들도 ‘통증 말하기’ 캠페인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우리 언론도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증이 있으시면 참지 말고 말씀하세요.’ 이런 의사들의 단순한 말 한마디로 암 환자들에게 환한 미소와 행복을 찾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