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시가 미국에 대항하는 우고 차베스(Chavez)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파격적인 ‘오일달러 지원’을 받아들였다. 런던시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의 지원을 받아 앞으로 1년간 저소득층 시민들의 버스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준다고 20일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이로써 차베스 대통령의 오일달러 외교가 새 지평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독거노인, 장애인 등 런던시민 25만 명에게 혜택을 주는 데 들어가는 돈은 최대 3200만달러(약 302억원).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인 켄 리빙스턴(Livingston) 런던 시장과 만나 이 같은 지원을 약속했다. 런던시는 답례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교통 관리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을 파견키로 했다.

영국 내에선 1인당 GDP(국내총생산) 5만 달러의 런던시가 6600달러에 불과한 베네수엘라로부터 원조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리빙스턴 시장은 “누가 나에게 큰돈을 준다고 하면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며 “영국 정부처럼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과 한 침대에 들어가느니, 차베스와 동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고 FT가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일달러를 사용해 국제적인 반미(反美) 전선 구축을 시도해 왔다. 그는 최근 휘발유 부족사태로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란에 석유제품 공급을 결정했고, 벨로루시엔 천연가스 결제 대금으로 4억6000만달러(약 4340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반(反)차베스 진영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와 정의 재단(FJD)’은 차베스가 2004년 이후 외국에 도와주기로 약속한 돈이 300억달러(약 28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차베스의 선심 정책이 석유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제드 베일리(Bailey)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 사무총장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PDVSA의 수익금으로 국내외에 각종 지원을 남발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굶겨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