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제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건 진짜 제 음악이 아니죠. 도전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니까요.”

9월 11일 서울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난해한 전자음을 록과 결합시켜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창조한 이 록스타는 재기 넘치는 뮤지션 트렌트 레즈너(Reznor·42)의 ‘원맨 밴드’로도 유명하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제 음악이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게 놀랍다”며 “정말 음반 매장에 제 CD가 진열돼 있느냐?”고 물었다.

▲ 다음 달 한국 팬을 찾는 천재 뮤지션 트렌트 레즈너.

폭력, 죽음, 절망 등 삶의 어두운 면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던 그는 “분노, 좌절 같은 감정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격적인 전자음을 많이 사용하지요. 원래 고전적인 록밴드의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컴퓨터와 신시사이저를 통해 나오는 소리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예측 불가능한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어린 시절 피아노를 연주하며 처음 음악과 인연을 맺었던 그는 “언젠가부터 듣기 편한 음악보다 사람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자극하는 소리에 삶의 진실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또 “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전 마돈나(Madonna)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소리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제 숙명”이라고 했다.

그는 한동안 약물 중독에 빠져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과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제 음악이 사람들 관심을 끌면서 여기 저기 불려 다녀야 하고 숱한 사람들을 만나야 했어요. 제가 원하지 않는 만남을 계속 가져야 하는 게 스트레스였죠. 그러다 보니 술에 빠져들었고, 약물에도 손을 대게 됐어요.”

그는 “술과 약물에 제 영혼을 빼앗기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고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래도 결국은 이겨냈어요. 음악의 힘이기도 하죠.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계기도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