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그림 잘 그리는 기술 대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을까. 서울 반포동에서 바탕소 미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성일, 이광서, 이준호, 이경아씨. 서울대 서양화과 동문인 세 사람은 ‘입시’ 위주의 미술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형태의 아동 미술교육을 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경아씨는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도 대회에서 상을 타게 하려고 하는 미술교육이 많다”며 “이런 기술적인 교육보다는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답이 있다면 미술이 아니다

선을 똑바로 그어야 한다거나 색을 고르게 채워야 한다는 식의 ‘정답’은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한다. 아이들의 그림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나름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의 작품을 보면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렸나’ 하는 것만을 중시하곤 한다. “이건 왜 이렇게 못 그렸니?”하고 무심히 던지는 한 마디가 아이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이준호씨는 “조급한 마음에 ‘이리 줘 봐, 엄마가 그려줄게’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는 아이의 흥미를 빼앗아버린다”며 “어설프게 그리는 모습이 답답하더라도 혼자서 끝까지 그리도록 내버려두라”고 강조했다.

장난감 도구 상자를 만들어 둬라

활동 범위를 제약당하면 아이들의 상상력도 그만큼 제한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가 집안 벽이나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 화를 낸다. 강성일씨는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주고 거기에만 그림을 그리게 한다”며 “그러나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작은 스케치북에 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집이 더러워진다고 화를 내는 대신 벽과 바닥에 마음껏 낙서할 수 있도록 커다란 종이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

장난감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단 가게에서 파는 완성된 장난감을 사주는 대신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 자재와 도구를 준비해 주자. 나무 블록, 쿠킹호일, 종이 상자 등 무엇이든 좋다.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사달라고 조를 때, 종이상자와 병뚜껑을 이용해 장난감 자동차를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본다.

좋아하는 소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우리 애는 자동차만 그려요.” 한 가지 소재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는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가 지금 자동차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면 마음껏 자동차에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도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며 격려해 준다면 더욱 좋다. 자동차 박물관에도 가고, 자동차 백과사전도 사주면서 자동차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더 깊고 넓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에서 시작된 그림에 도로도 생기고 마을도 만들어지며, 하늘과 땅도 그려질 것이다. 이광서씨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리기 방법을 몇 개 더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엄마들이 알아두면 좋은 미술 교육법

① 집이 더러워지면 치우면 되죠|대부분의 엄마들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만 달랑 주고 상상화를 그리라고 하지요. 통 크게 방 하나, 부스 하나를 마련해 주고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② 완성된 장난감보다는 자재를 집안 곳곳에 숨겨두세요|나무 블록, 종이 찰흙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도구들을 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맞춰보고 쌓아봅니다.

③ 그림 동화책을 보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 보세요|그림책을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면서 그 일을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해보세요. 그 그림을 가지고 엄마와 아이, 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세요.

④ ‘놀토’에 간 미술관, 놀이터처럼 이용하세요|“무슨 색깔이 마음에 드니?”하고 물어보세요. 더 나아가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을 주제로 대화해 보세요.

⑤ 아이들의 관찰에서 소재를 찾으세요|아이가 이상한 것,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놓치지 말고 대화를 유도하세요.

⑥ 통제와 비난은 절대 하지 마세요|“너는 선을 왜 삐뚤빼뚤 그리니?” “사람을 왜 만날 똑같이 그리니?”라고 묻지 마세요. 대신 잘 한 일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해주세요.

⑦ 결과물보다 과정이 중요해요|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세요. 한 달에 걸쳐서 조금씩 완성되는 모습들을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순서대로 배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