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2층 기자실 복도에는 빈 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국정홍보처가 브리핑룸 통·폐합과 취재 통제 조치에 따라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16일까지 1층에 완공된 새 기사송고실로 옮겨달라”고 최후 통첩을 한 뒤 ‘이사’에 사용하라며 갖다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늦게까지 1층으로 옮겨간 기자 수는 ‘0’이었다. 박스를 가져가거나 짐을 정리하는 기자들도 아무도 없었다.
홍보처는 16일부터 현재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2층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뜯어내고 통합 브리핑룸으로 만드는 공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홍보처는 16일부터 외교부의 공식 브리핑을 1층에서 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정부의 방안에 동의한 적도 없고, 국가적인 대형 이슈가 쏟아지는 시점에 일방적인 퇴거(退去)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기자실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기자들은 이날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정상회담 등의 취재로 이전 문제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일부는 6자회담 비핵화 실무회의 취재를 위해 중국 선양(瀋陽)으로 출장을 떠났다.
상황이 이같이 돌아가자 홍보처가 예정 완공 시한(26일)을 맞추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기자들을 강제로 철수시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또 기자실과 바로 연결된 브리핑룸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음 등으로 인해 기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이전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외교부 출입기자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현정부 언론탄압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해,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