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3일 인도에서 도쿄재판(2차대전 후 전범을 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 전원의 무죄를 주장한 인도인 라다 비노드 팔(Pal· 1886~1967) 판사의 후손을 만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이런 계획이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2차대전 피해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패전 직후인 1946~1948년 열린 도쿄재판에서는 일본인 25명이 A급 전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당시 영국 식민지 인도 대표 판사로 도쿄재판에 참여한 팔은 판사 11명 중 유일하게 “전승국이 패전국 지도자들을 재판해 처벌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며 전범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

팔 판사의 의견에 대해선 법률적으로 소급처벌금지 원칙을 주장한 것일 뿐 일본의 전쟁 책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보수 우익세력들은 팔 판사를 영웅시하면서 그를 기리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왔다.

팔 판사는 1966년 아베 총리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등의 초청으로 방일해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의 훈장을 받았다. 이어 2005년 6월에는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도 그의 공적비가 세워졌다.

아베 총리의 팔 판사 후손 면담은 인도 방문 이틀째인 23일 이뤄질 전망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 면담은 아베 총리측에서 강력하게 희망한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가 이미 A급 전범 및 도쿄재판에 대해 의문을 표한 바 있어 이번 면담이 파장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작년 10월 국회 답변에서 A급 전범의 전쟁 책임에 대해 “전쟁 책임 주체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