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엔지니어 회의(IEM: International Engineering Meeting)가 얼마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다. 주된 논의는 FTA시대 각국 엔지니어의 국가 간 취업 등 자유로운 이동성 보장과 각 나라의 공학교육의 동등성 문제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공학교육에 관한 회의에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원장 박찬모 포스텍 총장)이, 또 엔지니어의 국가 간 교류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는 한국 기술사회가 참석하였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나라가 마침내 국제 공학교육 협의체인 워싱턴 어코드(Washington Accord)의 정회원이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 어코드는 지난 1989년 설립돼 지금까지 미국 영국 일본 등 10개국이 정회원으로, 그리고 독일 한국 러시아 등이 준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었다. 이 협약의 근본 목적은 정회원국 내의 공과대학에서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학과 졸업생 간에는 서로 학력을 동등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일반사람들한테는 생소하겠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학의 교육을 산업체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인증제를 도입하였다. 미국의 경우 의학은 1903년에, 공학은 1934년부터 인증제가 도입되었으며 현재는 각 학문 분야별로 인증기구들이 60여 개 있다.

우리나라의 공학교육인증제는 1999년부터 도입되어 2007년 2월 현재 25개 대학 200여 학과가 인증을 받았으며 인증 졸업생은 26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체 공과대학 수가 150여 개에 학과 수가 3000여 개 정도이고, 매년 7만여 명의 공대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산업체나 국민들이 공학교육의 인증효과를 느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굴지 기업인 S사나 L사의 상당수 계열사에서는 이미 자체 분석을 통해, 인증을 받은 학과의 졸업생들이 비인증 학과의 졸업생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작년부터 입사 시 가산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인증이 국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워싱턴 협의체의 정회원이 되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 당시인 1999년부터 이 협의체에 가입하려고 노력하여 왔으며 정회원국 대표들로부터 실사방문 평가를 받아 2005년에 준회원으로 가입됐었다.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더 까다로운 방문 평가와 정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한국이 이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독일은 벌써 두 번째 가입에 실패하였다.

각국 간의 FTA 등으로 전문 인적자원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에 이제는 우리나라 공대 졸업생들이 외국에 나가 취업을 할 때 학력의 동등성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워싱턴 어코드의 정회원 가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정회원국 간에도 6년마다 상호 심사에 의해 회원 존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동력이 되는 공학교육의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과 교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대학에서 교수들의 업적평가 시 연구나 SCI 논문실적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좋은 강의에 대한 교육평가에도 상당한 가점을 부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체에서도 대학교육을 항상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을 평가할 때 소속 직원들이 평가자로서 동참할 수 있게 시간적 배려를 함으로써 기업이 요구하는 양질의 졸업생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