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은 겉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불편한 심기가 역력했다. 일본도 표면적으론 ‘환영’이었지만, 분위기는 ‘경계’가 짙게 깔린 당황스러움이었다. 중국은 신속하게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 속으론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 우려'
미 국무부 콘돌리자 라이스(Rice) 장관은 6월 28일 워싱턴을 방문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 상황에 대해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확한 날짜는 7일 오후 6시45분쯤(한국시각 8일 오전 7시45분쯤) 국무부에 통보됐다. 주미 대사관 고위 관계자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예정 사실을 통보받은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놀랍다(surprising)"고 반응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동북아 현황을 보고했는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사전통보가 없어서 보고하지 못했다.
백악관의 토니 스노(Snow) 대변인은 8일 “우리는 분명히 남북한간 대화를 지지하며, 이는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지지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우리와 협의해왔으며, 비핵화를 추구하는 6자 회담을 통해서 이뤄진 진전과 함께 지속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당사국들간 양자회담의 기회는 늘 있으며, 남북정상회담은 그런 전반적인 모델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6자회담 진전 상황과는 별도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분위기를 크게 우려한다.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남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선언하면, 미국으로선 대선을 앞둔 한국이 반미(反美)로 흐르지 않게끔 6자회담 진척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 선언을 지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이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었는데, 한국이 너무 조급하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환영과 당황
일본 정부 대변인인 시오자키(鹽崎恭久) 관방장관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 안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일단 환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로 인한 일본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이번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일·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전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사무차관을 총리관저로 불러, 상황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을 협의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납치문제는 일본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 중요성에 대해 새삼 한국에 이해를 촉구해나갈 것”이라며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 측에 협조를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속하게 지지 표명
중국 외교부의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은 정상회담 발표 4시간 만에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체의 행동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런 신속한 지지 표명은 사전에 정상회담 사실을 통보받았고, 이를 실제 지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