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21~132)=이창호는 형세가 좋으면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국수를 지낸 원로기사 하찬석도 승세가 굳어지자 자기 화점의 삼삼에다 못질을 한 적도 있었다. 반면 조훈현 같은 기사는 수십 집을 이기고 있어도 칼을 빼 든다. 확고한 자신감이 바탕이다. 이세돌 또한 조훈현과 같은 ‘혈통’임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121로 넓게 벌려 “들어오려면 오라”고 외친다. 불리한 백으로선 기회를 잡았다는 듯 즉각 122로 뛰어든다. 하긴 굶어 죽으나 맞아 죽으나 매일반이니까. 123은 노 타임. 같은 한 칸이라도 이 수로 126에 두면 안 된다. 참고 1도처럼 사석전법을 펴 오면 좌하귀가 크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127도 정수. 참고 2도 1은 8까지가 예상되는데 이건 흑의 모험이다. 어쨌거나 130으로 끊기고 보니 흑이 난처해 보인다. 흑의 입장에서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좌변 넉 점과 하 중앙 석 점이 엮여선 곤란해진다는 점이다. 과연 양쪽이 모두 무사할 수 있을까. 이세돌의 진짜 본령은 여기서부터 드러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