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Karzai)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조지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6일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 테러세력인 탈레반에 대한 지속적인 전쟁을 함께 벌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이 납치·억류하고 있는 21명의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에 인질 석방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과정인 만큼, 공개적인 언급을 의도적으로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양국이 모두 탈레반과의 타협이나 인질·탈레반 포로 맞교환 등의 협상은 반대하고 있지만, 이를 언급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양국 정상이 “탈레반에게는 어떠한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을 “무고한 시민을 인간 방패로 삼는 냉혹한 살인자들”로 표현했고, 탈레반의 의도를 극복해야 할 ‘어둠의 비전(vi sion)’으로 비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우리의 적은 패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산악지대에 숨어 있다”며 “끝까지 색출해 응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비록 공개 표명은 안 했지만, 한국인 인질 사태는 이번 회담에서 주요 논의 대상 중 하나였을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한국인 인질 사태는 앞으로 9일 카불에서 있을,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부족장 회의인 지르가(jirga)에서 또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르가에는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 파키스탄 내에는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탈레반 지원세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양국 지르가를 통해, 극단주의자·테러분자 색출 및 근절 방안에 대해 파키스탄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와 카르자이 두 정상은 이 밖에 �헤로인의 원료가 되는 전 세계 아편 생산의 95%를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아편 재배 제거 �다국적군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양측은 �근로자 및 어린이에 대한 교육·복지 확대 �부패 근절 등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그러나 양국은 이란에 대한 인식에서는 극명한 시각 차를 보였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회담 전부터 “이란은 평화정착 과정과 대(對)테러 전쟁, 마약과의 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지지해왔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은 매우 좋고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은 자신이 ‘안정화 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파지와크 아프간 뉴스에 따르면 잘마이 칼릴자드(Khalilzad)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카르자이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릴자드 대사는 한국인 인질 사태에 관한 유엔의 역할에 대해 카르자이 대통령과 협의할 것이라고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