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00만명의 짐바브웨를 27년 넘게 좌지우지해온 독재자 로버트 G 무가베(Mugabe·사진) 대통령도 수요 공급 법칙을 기초로 하는 '경제학'은 이기지 못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일 무가베가 "물가가 너무 높다"며 모든 상품값을 절반 넘게 강제로 내리는 상식 밖의 조치를 취하면서 짐바브웨 경제가 파탄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연간 1만%(100배)에 이르는 초(超)인플레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 무가베는 자신의 정책실패 때문이 아니라 사회불안을 조장해 정권을 뒤엎으려는 기업가들과 서구세계의 음모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6월 26일 모든 물건값을 50% 이상 인하하는 법을 선포했다. 정부 감시단은 상점과 공장을 돌며 이 법의 이행을 강요했고, 이를 어긴 사업가 4만여 명이 구속 또는 벌금 처분을 받았다.
살인적 물가에 허덕이던 서민들은 처음엔 “값 싸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됐다”며 이 조치를 반겼다. 하지만 법 시행 첫날, 상점 문이 열리자마자 경찰·군인·여당 관계자·감독관들이 나타나 물건을 싹쓸이해갔다. 선반엔 애완견용 비스킷과 케첩, 쿠키처럼 짐바브웨에서 사치품으로 통하는 것들만 남았다.
지금은 빵·설탕·옥수수·육류 등 먹거리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휘발유도 사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간신히 구입한 휘발유는 잠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의 국경까지 차를 몰고 가 물건을 구할 때 정도만 쓰인다. 병원에선 환자들이 물과 식염수가 없어서 죽어간다.
정부가 임의로 정한 판매가로는 수지타산을 못 맞추는 공장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품귀현상은 심화되고, 근로자 해고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기업가들은 “짐바브웨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