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성수대교 사건’인 미시시피강 교량붕괴 사고의 인재(人災) 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교량 가운데 무려 7만여 개가 유사한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교량의 12%가 결함

미국토목공학회는 지난 2000~2003년에 조사한 평가보고서에서 미국 전역의 60만 개 교량 가운데 7만 개 이상의 다리가 붕괴된 미시시피강 교량 수준의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조적 결함이란 화물을 많이 실은 트럭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긴급한 수리를 요구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7만여 개 하자 교량의 하루 차량 통행량은 무려 3억대가 넘는다.

토목공학회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부족과 연방정부 차원의 교통정책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노후 및 보수 문제가 새로운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예산조달이 문제

교량 보수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지만 예산 확보는 만만치 않다. 토목공학회는 하자 교량 7만여 개를 고치려면 적어도 20년간 1880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94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수리비다. 공학회와 별도로 미국 연방고속도로위원회는 지난 2002년 자체조사에서 7만여 개의 하자 교량을 수리하는 데 55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미국의 교량 관련 재정자금은 80%를 연방정부에서 지원하고, 교량의 운영관리는 주 정부에서 담당한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가 고속도로와 교량의 개선 및 확충 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400억달러. 하지만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뒷북 치는 연방정부

연방정부는 2일 미시시피강의 붕괴 교량과 유사한 구조 및 공법을 가진 모든 다리들을 즉각 점검하도록 각 주 정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붕괴된 미시시피 교량도 1990년 검사에서 교량에 금이 가고 침식되는 현상이 발견돼 검사빈도를 높여왔으나, 주정부는 대체 교량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최종 결론지었었다.

해리 레이드(Reid)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9·11 사태 이후 테러 대책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본적인 사회기간설비의 유지와 보수가 소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구조작업

경찰은 미시시피 교량붕괴 사고로 2일 현재 4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8~30명이 실종 상태이며, 이들은 다리 잔해 아래에 깔려 있거나 빠른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