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2층의 ‘세종예술아카데미’. 정오가 되자 점심 식사를 위해 바쁘게 거리를 오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창 밖으로 보였다. 이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음악 강좌 ‘정오의 클래식’에 모여든 직장인과 주부 80여 명은 샌드위치와 차 한 잔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분주함과 고요함이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엇갈렸다.

“노래와 가사는 애초부터 둘이 아니었어요. TV와 라디오가 없던 시절에 독서가 낭독과 같은 뜻으로 쓰였듯이, 노래도 가사와 하나일 수밖에 없었지요.”

▲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직장인₩주부 80여명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오른쪽)의 해설로 클래식 강좌를 듣고 있다.

이날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가 강의한 주제는 ‘노래’였다. 영국 르네상스 시기 음유 시인인 존 다울랜드의 ‘돌아와주오, 내 사랑(Come Again, Sweet My Love)’부터 소프라노 홍혜경이 부른 우리 가곡 ‘사랑’ ‘가고파’까지 해설을 곁들여 노래를 들려주자, 수강생 80여 명은 1시간 동안 차분하게 음악을 즐겼다. 백화점 문화센터와 공연장·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 해설 강좌를 매주 4~5개씩 듣고 있는 주부 신은주(50)씨는 “젊어서는 남편과 아이를 뒷바라지하느라 음악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2년 전부터 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음악 강좌 전성 시대’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성남아트센터 같은 공연장은 물론, 백화점 문화센터와 음반점·음악 동호 모임까지 해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강좌를 앞다퉈 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클래식 전문 음반점 ‘풍월당’은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매달 2~3차례씩 모차르트의 오페라 22편 전곡을 해설하고 있다. 최성은 풍월당 실장은 “‘피가로의 결혼’이나 ‘마술피리’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10대에 썼던 초기작부터 전곡을 해설하기 때문에 강좌 대부분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음악 강좌들의 새 현상은 음악 전공자보다 순수 애호가 출신의 해설자가 많다는 것이다. 의사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박종호·유정우씨를 비롯해 유형종·정준호·황장원·김문경씨 등 인기 해설자 대부분이 의학·독문학·공학 등을 전공한 비(非) 음악도 출신이다. 유정우씨는 “음악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조금 더 일찍 자료와 정보를 수집한 사람으로서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임연숙 교육사업팀장은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자 하는 호기심이나 욕구가 조금씩 커지면서 체계적인 감상 안목을 갖추고 싶어하는 욕구도 더불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음악 교양 강좌를 열고 있는 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수요일 낮 시간에 개설하던 ‘오페라 강의’를 저녁 시간까지 2차례로 늘렸다. 세종예술아카데미 역시 오는 가을부터 저녁 퇴근 시간(오후6시30분)에 오페라 강좌를 신설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음악 동호 모임 무지크바움의 유형종 대표는 “최근 공연장과 문화센터에서 음악 강좌를 늘리면서 수강생의 숫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 앞으로 3~5년 뒤에는 새로운 관객층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