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서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때맞춰 탈레반측도 전에 비해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탈레반이 한국인 21명을 억류하면서 최종 협상시한으로 1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각)을 설정했지만 하루가 지난 2일까지 인질들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한 설정이나 “인질 추가 살해” 협박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31일 심성민씨 피살 직후 자칭 탈레반 대변인이 "앞으로 인질 살해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위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피랍자 가족들과 우리 국민들을 자극해온 피랍자 육성·비디오 공개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탈레반의 이런 태도 변화가 한국 정부가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접촉면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결과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가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는 기존 방침을 바꿔 “추가 살해가 있을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것도 탈레반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가즈니주의 피랍자 억류 지역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는 전단을 뿌리는 등 군사작전 움직임을 보인 것 역시 탈레반을 움찔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탈레반이 정권 회복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점에 비춰 인질의 무사 귀환을 촉구하는 이슬람 국가들의 성명, 아랍 외교장관들의 성명을 유도하는 등 꾸준히 외부에서 압박해 가고 있는 국면도 강경 일변도의 탈레반을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건 성격상 전모를 밝히고 우방국 간 협조 체제를 갖추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은 초기 대응에 비해 사건 전모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대테러 전문가인 이병진 치안정책연구소장은 “테러집단을 상대할 때 중요한 것은 너무 저자세나 고압적인 자세로 나가지 않고 강온을 잘 조절하는 것, 테러집단을 주위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정부 대응은 이런 원칙들을 의식하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비이성적인 납치세력이 언제 태도를 돌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