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 21명 억류 사태가 14일째로 접어든 1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Ahmadi)는 이날 협상시한(오후 4시30분·한국시각)이 종료된 뒤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 로이터통신에 “시한은 지났지만 우리는 대화를 선호하며,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길 원한다. 인질들은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인질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디는 이에 앞서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을 거부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인질을 1명 이상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이날 밤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질을 죽이겠다는 시한은 없지만, 인질 살해는 매 순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1일 AIP에 “부족원로들이 ‘협상시간을 48시간 더 달라’고 요청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만, 탈레반의 수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美대사관 찾아간 가족들… 1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피랍자 가족들이 미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족 27명은 미 대사관에 들어가 윌리엄 스탠튼 대리대사를 면담하고 호소문을 전달했다.

실제로 이날 인질들이 억류된 가즈니주 지역에선 아프가니스탄군과 미군의 군사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아프가니스탄군(軍) 헬기는 이날 가즈니 일대에 아프가니스탄 국방부 장관 명의로 “군사작전을 하려고 하니, 주민들은 집을 떠나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일본 NHK방송도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원 200명 정도가 수도 카불을 떠나 가즈니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국방부 대변인은 “전단은 수주 내에 있을 정규 작전에 앞서 뿌려진 것으로, 구출작전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현재까지 군사작전이 있었다는 징후가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디 대변인도 이날 밤 로이터에 “구출작전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24시간 동안 이 지역(가즈니)에서 군의 움직임이 늘었다는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하지 누룰라’로 밝힌 탈레반 지휘관도 미 CBS 방송에 “전투는 없었지만, 연합군이 셸가와 카라바그에 있는 3개 마을의 집을 찾아 다녔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협상을 고의로 늦출 뜻도 내비쳤다. 익명의 한 탈레반 고위 지휘관은 지난달 31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전략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인질 살해를 멈출 수도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극심한 압력을 받고 당혹스러워한다. 이런 상황을 당분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랍자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마디는 1일 AFP·로이터통신에 전화를 걸어 “여성 인질 2명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상태가 심각하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피랍자들이 소속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55) 담임목사는 1일 사과성명을 내고 “국민 여러분과 특히 유가족 여러분들께 엎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국민 여러분께 염치 없지만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마음의 소원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