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30일 두 번째 한국인 인질을 살해해, ‘수감된 탈레반 조직원과 인질의 맞교환’이라는 요구의 관철을 위한 초강수(超强手)를 뒀다. 인질 살해 위협이 ‘빈말’이 아닌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비난 여론을 비켜가면서 조직 내부를 단속하는 의미도 있다. 탈레반은 또 여성 인질의 짐에서 기독교 선교를 위한 책자가 나왔다고 주장하며 “여자든 어린이든 인질을 죽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초강경 입장 강조하려 인질 살해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Ahmadi)는 심씨 살해 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한국 대표단, 대통령 특사가 인질의 목숨을 지키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제 (인질 목숨은) 양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아예 백종천 대통령 특사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시점에서 두 번째 인질을 살해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 대가로 수감된 탈레반 조직원 다섯 명을 풀어주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엄청난 비난을 받은 탓에, 31일에도 '맞교환 불가'라는 원칙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맞교환을 제외한 여타 협상안을 거부하는 탈레반을 무시하면 계속 희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심성민씨를 살해 대상으로 선택한 데 대해선, 전날 일본 NHK방송을 통해 육성을 공개한 뒤 살해해 충격을 극대화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31일 "심씨를 택한 것은 무작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난 우회… 조직 단속

탈레반은 남성 인질을 먼저 살해해, 여성 납치에 대한 비난 여론을 비켜가면서 조직 내부도 단속했다. 여성 납치·살해는 탈레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슈툰족의 전통에도, 이슬람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일단 남성 희생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또 “여성 인질 억류는 탈레반이 아니라 손님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정부의 수치”라며, 자신의 죄악에 대한 책임을 엉뚱하게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떠넘기려고도 했다. 두 번째 인질 살해는 또 조직 내부에서 존재할 수 있는 인질 처리를 둘러싼 이견이나 불협화음을 미리 압도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선 “무장그룹들이 요구 조건을 놓고 대립한다” “강경파를 뺀 나머지는 몸값이 목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었다. 강경파가 선제 행동에 나섬으로써, 앞으로 자신들이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 알 자지라방송 웹사이트에 공개된 한국인 피랍자들의 모습. 히잡을 쓰고 몸을 잔뜩 웅크린 이들은 극도의 공포감으로 표정조차 잃은 듯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 모임은 사진 앞줄 왼쪽부터 유정화씨, 이정란씨, 안혜진씨라고 확인했다. 또 뒷줄 왼쪽부터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각각 김경자씨와 김지나씨로 확인됐다.

◆“살해 주기 점점 짧아질 것”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30일 “이슬람은 ‘눈에는 눈’이라고 가르친다”며 “외국 군대가 한 것처럼 우리도 남자든 여자든 어린아이든 억류하고 죽일 수 있다”고 했다. 심씨 살해 뒤엔 “남성 다음은 여성 차례이고,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경우에도 탈레반은 남은 21명의 인질을 활용해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미 협상시한을 24시간 연장�4시간 연장�44시간 연장(1일 오후 4시반·한국시각) 등으로 다양하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