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늪이다.”

‘거실을 서재로’ 운동이 한창인 요즘 그보다 강도와 스케일은 약하지만, TV 끄기를 실천하려는 주부들이 있다. 고양소비자생활협동조합(고양생협)의 750여명 조합원들. 유기농·축산물을 생산자·소비자 직거래방식으로 유통하는 한국생협연대의 지역 생협(生協)인 고양생협은 조합원들의 모임과 교육을 담당하는 주부 자치모임이다.

최근 고양생협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우리밀베이커리 ‘자연드림’을 통해 공모· 선정된 표어들을 보면, 텔레비전 시청은 껌처럼 너무 질겨서 뱉어버려야 하는데(1위), 애물단지 자식 같아 항상 미련이 남고(2위), 도대체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3위)이라는 하소연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 고양생협이 주최한 TV 끄기 표어 공모전에서 3등을 차지한 오민주씨가 표어를 새겨서 만든 TV 덮개를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질긴 TV와 인연을 끊기 위해 고양생협에서는 하루라도 TV 없이 생활해보는 운동을 실천해가고 있다. 그래서 수요일이면 조합원들에게 ‘오늘은 TV끄는 날! 가족과 산책하러 나가보세요’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또 매주 화요일에는 자연드림 베이커리에서 ‘TV 덮개 퀼트 강좌’를 연다. 강사가 미리 참석자의 TV 크기에 맞춰 천을 박음질해 오면 그 위에 그림이나 문장을 바느질해 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막상 TV를 끄고 난 후, 익숙지 않은 무료함과 적막감을 견디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생협 홈페이지(www.gocoop.or.kr)에는 다양한 놀이와 책도 소개해 놓고 있다. 30센티미터 자를 손바닥에 올리고 균형잡기,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가족들이 돌아가며 펜 하나로 그림 그리기 등 즉석에서 해 볼 수 있는 놀이는 무궁무진하다.

고양생협의 허선주 사무국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 텔레비전을 갖다 버린다는 것은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꺼려하기 때문에, TV 덮개천을 만들어 시청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혼자서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중간에 나약해 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TV 시청 시간을 6시간에서 1시간대로 줄였다는 조합원 김현주씨는 “텔레비전에 항상 덮개를 씌워둔 이후로,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만 덮개를 ‘열어서’ 본다는 개념이 생겼다. TV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덮개를 만들러 온 조합원들 중에는 42인치 벽면 TV를 잠재우려 오는 사람, 자녀보다 본인이 더 필요해 달려온 엄마들이 있었다.

고양생협은 오는 9월부터 TV 끄기 가족서약서 및 스티커붙이기, TV에게 이별을 고하는 그림과 편지 보내기, TV 끄기 성공·실패 경험담을 모은 사례 공모전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비조합원도 참여 가능. ☎031)918-06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