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참패를 기록함으로써 일본 정가에 초대형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자민당이 확보한 의석 37석은 1989년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총리를 사퇴시킨 참의원 선거 당시의 36석에 이은 최악의 결과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맞은 일본 정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아베, 당분간 불안한 총리직 유지 예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0일 오후 자민당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일신할 것은 일신하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측의 ‘중의원 해산·총선 실시’ 요구도 “임기가 2년 남았다”며 거부했다.
자민당 내에선 차기 총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파벌 영수들이 일단 아베 총리를 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불안하나마 당분간 총리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구심력 회복을 위해 다음달 하순쯤 내각 개편과 당직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총리 인사권을 무기로 당내의 책임론 제기를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선거로 입은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퇴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자민당 지방조직에서 총리 책임문제를 제기하는 등 조짐이 심상찮다. 아사히(朝日)신문 조사에선 자민당 지지자 30%가 ‘아베 퇴진’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임시국회가 고비가 될 듯
민주당은 내달 7일부터 4일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참의원 의장을 차지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자민당은 참의원 제1당인 민주당의 협력이 없으면 법안 통과 등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정부 제출법안을 민주당 식대로 전면 수정할 수도 있고 참의원에서 법안을 낼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9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미국의 대(對)테러전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 파견된 해상자위대 활동 기한(11월 1일) 연장을 위한 ‘대테러 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참의원에서 3일간만 법안 통과를 보류하면 의회 규정상 자위대가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만일 야당이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면 자민당 분열 등 정계개편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민당의 소수당 전락으로 연립의 의미가 없어진 공명당이 미묘한 입장에 처하게 되고, 대규모 정계개편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의 참담한 선거 결과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121개 의석 중 민주당은 거의 절반인 60석을 얻어 연립여당인 자민당(37석), 공명당(9석)을 합친 것보다 14석이나 많았다. 기존 의석까지 합치면 민주당은 109석으로 불어났으나 자민당은 선거 전 110석이 83석으로 줄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득표 수에서도 자민당보다 670만표가 많은 2325만표를 얻었다. 자민당은 참의원 간사장인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介)등 거물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한편 2차대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의 손녀 도조 유코(東條由布子)와 일본계 이민 2세로 페루 대통령을 지낸 알베르토 후지모리(68)도 낙선했다. 이른바 ‘스타성’ 후보가 통하지 않은 선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