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자민당의 ‘역사적 대참패’로 끝나면서 일본 정치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각종 출구 조사에서 자민당 확보 예상 의석은 31~43석으로, 과반수(64석)에 20석 이상 모자란다. 1998년 하시모토(橋本龍太郞) 총리 퇴진을 몰고 온 44석은 물론, 최악의 경우 1989년 우노(宇野宗佑) 총리 때 자민당 의석 36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아베 총리는 선거 참패가 드러난 이날 밤 10시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책임은 무겁다. 괴로운 가운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퇴진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퇴진 여부가 초점"

아베 총리의 '퇴진 불가' 표명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안팎에선 "아베 총리 사임은 시간 문제일 뿐,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다. 그동안 아베 총리 측근들이 "결과와 관계없이 물러나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40석대 확보'가 전제였다.

아베 총리 소속 파벌에서도 “30석대로 주저앉으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1989년과 1998년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우노, 하시모토 총리는 선거 다음날 사임을 표명했다. 당시 두 사람이 쉽사리 총리직을 내놓은 것은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라는 강력한 ‘킹메이커’의 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자민당에는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사퇴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사퇴를 표명하면 곧바로 자민당은 총재 선거에 돌입한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들만으로 곧바로 후계 총재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민당 지방조직에서 제대로 된 총재 선거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8월 말이나 9월 초에 새 총재를 선출하게 된다.

작년 총재 선거에 이름을 내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재무상,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등이 거론되지만, 3인 모두 “총선거의 ‘얼굴’로는 부족하다”는 데 자민당의 고민이 있다. 총재 선거가 이뤄질 경우, 고이즈미·아베 2대 정권이 내건 ‘개혁노선’을 계승할지 여부가 ‘대립축’이 될 전망이다.

설사 차기 총리가 결정돼도, 참의원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는 현 내각이 사실상 선거관리 내각이 돼, 늦어도 1년 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아베 총리의 후견인인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는 “참의원에서 야당이 다수가 되면 해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불안정은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해산 후 총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참의원에서 민주당은 참의원 의장과 운영 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는다. 참의원에서 야당이 의장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민당은 1989년,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했지만, 원내 1당과 의장 자리는 유지했다.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는 “앞으로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을 민주당 방식으로 바꿀 것은 바꾸고, 참의원에서 법안도 제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 여당이 중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켜도 야당은 참의원에서 부결 또는 수정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국회를 무대로 정부 여당을 공격해 중의원 해산·총선거로 몰아붙인다는 것이 전략이다.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불신임 결의’에 해당하는 ‘문책결의안’을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외교에서도 주도권 발휘가 힘들어져, 이런 현상이 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의견차를 보여온 대북 정책에서 변화도 예상된다. 1993년 자민당을 깨고 비(非)자민 연립 정권을 수립한 오자와 대표는 다시 한 번 ‘정계개편’을 내세워 ‘자민당 쪼개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의 전략이 먹혀들면 자민당은 분열되고, 자민·공명당 연립은 끝장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