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Doping) 하면 자연히 약물이 떠오른다. 1988 서울올림픽 육상 100m에서 벤 존슨은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복용이 적발돼 금메달을 박탈당했고, 1994 미국월드컵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신경흥분제 에페드린(ephedrine) 양성 판정으로 짐을 싸야만 했다.

최근 도로일주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도중 하차한 알렉산드레 비노코로프(34·카자흐스탄)는 약물이 아닌 ‘피’가 문제가 됐다. ‘투르 드 프랑스’ 조직위원회는 도핑 적발을 위해 불시에 몇몇 선수를 지명, 혈액이나 소변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비노코로프는 지난 22일 경기 후 실시한 검사에서 혈액에 두 종류의 적혈구가 검출돼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비노코로프는 혈액 도핑을 시도한 경우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 김건열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로선 혈액 도핑을 잡아내는 100% 확실한 방법은 없지만 비노코로프의 혈액에서 두 종류의 적혈구가 나온 것은 그가 수혈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혈액 도핑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적혈구 증가로 인한 산소 운반과 섭취 능력의 향상. 하지만 김 전 교수는 “그 효과도 단순한 이론일 뿐 실제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혈액 도핑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자신의 혈액을 미리 뽑아서 냉장 보관 후 경기 전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질병 감염 등의 문제는 없지만 피를 다시 만드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어 훈련에 지장을 준다. 다른 사람의 피를 받는 방법은 피가 잘 맞지 않을 경우 얼굴이 붓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등 부작용이 심해 잘 쓰이지 않는다.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당시 소련 선수가 얼굴이 붓는 부작용으로 혈액 도핑이 적발된 경우가 있다. 주로 한약이나 근육 관련 약물 복용이 도핑 적발 사례의 대부분인 한국에선 혈액 도핑은 아직 보기 드문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