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선 장르가 특이하다. 조선의 문장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남긴 글을 바탕으로 이 활달하고 괴팍한 지식인의 노년을 재현한다. 그리고 연암이 노년에 얻은 어린 제자 김지문에게 가르친 글쓰기 법칙을 중간 중간에 넣어 장(章)과 장(章)을 나누는 가르마로 삼았다. 요컨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쓴 실용서, 혹은 실용서의 형식을 차용한 소설이다.

연암이 세상을 떠난 지 11년 뒤인 1816년, 연암의 아들 박종채(朴宗采)가 전전긍긍하며 붓을 들고 앉아있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연암의 글 중 상당수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는 세간의 소문을 불식하기 위해 아버지의 전기를 쓰고자 결심했으나, 불행히도 종채는 과문(科文) 짓는데 능한 우등생일 뿐 재기 넘치는 문사가 아니었다. 이때 지나던 과객이 청지기를 통해 웬 책 한 권을 종채 앞에 들여보낸다. 종채가 펼쳐보니, 연암이 노년에 제자 김지문에게 글쓰기 법칙을 가르친 내력을 담은 책이었다. 문제는 연암이 쓴 글 상당수가 김지문이 썼다고 적혀있는 점이다.

종채는 기겁했다. 그러나 독자는 안심해도 좋다. 청지기를 시켜서 책을 들여보낸 과객이 바로 김지문이었다. 이 가공의 인물이 실존 인물인 종채에게 “모든 것은 내가 지은 소설일 뿐”이라고 말하고, 김지문이 지은 소설을 읽으며 아버지의 호방한 기상을 재확인한 종채가 눈물을 떨구며 아버지의 전기에 서문을 쓰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난다.

저자는 후기에서 “연암의 글쓰기 방법론을 소설 형식으로 서술했고, 책의 서사가 역사적 사실과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팩션(faction)”이라고 이 책을 규정했다. 그리고 “소설의 구성과 서술에 있어서 철저하게 ‘연암 따라하기’를 시도했다”고 했다. 저자가 박제가, 유한준 등 연암과 동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을 생생하게 묘사한 재치있는 에피소드들이 돋보인다. 가령 연암의 라이벌인 창애(蒼厓) 유한준(兪漢雋·1732~1811)은 연암이 은거한 계곡에 찾아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떵떵거리던 자네가 골짜기에 처박혀 산다기에 보러 왔네. 자네같이 살면 어떻게 되나 늘 궁금했거든”하고 약을 올린다(92쪽).

저자가 압축한 연암의 글쓰기 법칙은 네 가지다. 첫째, 정밀하게 독서하라. 둘째, 관찰하고 통찰하라. 셋째,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 넷째, 관점과 관점 사이를 꿰뚫는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책 속에 발췌된 연암의 글에 빠짐없이 주를 달아 원전을 밝힌 점, 이 소설을 쓰는데 참고가 된 학술서적을 일일이 거명한 점이 믿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