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재상이 22일 롯데전에서 손민한이 던진 공에 맞은 뒤 괴로워하고 있다.(정재근 기자)

빈볼을 맞는 타자는 겁이 난다. 통산 94개의 몸 맞는 볼을 기록, 역대 14위에 올라 있는 롯데 공필성 코치는 “고의적인 빈볼은 우선 보이는 게 다르다”고 했다. “몸쪽 승부를 하려다가 빠지는 볼은 가운데에서 안쪽으로 휘어집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타자를 맞히려고 하는 공은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처럼 보이죠.”

공 코치는 “빈볼은 (타자들이) 즉각 방어 태세에 들어가지만 아픈 건 어쩔 수 없다”며 “그래도 자꾸 맞으면 요령이 생겨 스치듯이 맞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빈볼을 맞고 나면 다음 타석에서 위축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빈볼은 투수와 타자의 기싸움이다. 나는 ‘던질 테면 던져라, 또 맞고 출루하겠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투수들에게 골고루 맞아봤다”는 공 코치는 해태에서 뛰던 송유석, LG의 정삼흠, 이상훈 등을 몸 쪽 승부를 잘한 투수로 꼽았다.

투수들도 할 말이 있다. 정명원 현대 투수코치는 “(빈볼은) 던질 만하니까 던지고, 맞을 만하니까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상대팀 사인 훔쳐 보기, 큰 점수 차에서 불필요한 작전 등 비신사적인 플레이에 대한 ‘경고’라는 것. 그러나 정 코치는 “빈볼을 던지는 투수도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려면 적절한 위협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공을 맞고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라는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빈볼이란?

빈볼의 '빈(bean)'은 사람 머리

‘빈볼(beanball)’은 투수가 고의로 타자의 머리를 겨눠 던지는 공이다. ‘bean’ 원래 콩을 말하는데, 속어로 사람의 머리를 일컫기도 해 이런 용어가 생겼다. 때려 눕힌다는 뜻에서 ‘녹다운 피치(knockdown pitch)’라고도 한다. 빈볼이란 말은 1905년 처음 등장했다. 찰스 드라이든이란 사람이 ‘1905년의 선수들’이란 책에서 사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빈볼로 선수가 사망한 경우는 한 번. 1920년 레이 채프먼(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이 뉴욕 양키스의 잠수함 투수 칼 메이스의 공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2시간 만에 숨졌다. 삼성에서 뛴 적이 있는 투수 살로몬 토레스는 피츠버그 시절인 2003년에 거포 새미 소사(당시 시카고 컵스)의 헬멧을 산산조각 내는 투구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선 1955년 서울시 춘계연맹전에서 선린상고 최운식이 경기고 이한원의 공에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경기를 하다 쓰러져 다음날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