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5일자 1면에는 2002년 대선의 승부를 결정지은 두 주인공에 대한 기사가 위 아래로 나란히 실렸다. 하나는 야당 후보 아들의 병역 非理비리를 허위 폭로했던 김대업씨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당시의 수사팀장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는 기사다. 김씨는 2004년 이미 대법원으로부터 이같은 허위폭로가 명예훼손과 誣告무고였다는 이유로 징역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다른 하나는 KBS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지낸 김인규 성균관대 초빙교수가 ‘TV 뉴스의 선거보도 議題의제 분석’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KBS가 2002년 대선 때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얼마나 교묘하게 편파적이고 악의적으로 보도했는지를 구체적 숫자와 사례로 實證실증해 보였다는 기사다. 2002년 대선은 야당 후보의 아들이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허위 폭로했던 김씨와, 김씨의 거짓 주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9시 뉴스를 통해 전 유권자에게 전파했던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활약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2002년 대선은 김씨와 KBS 등 공영방송의 독무대였고 이 두 주인공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교수는 KBS ‘9시 뉴스’가 병역 의혹이 제기된 2002년 7월 24일부터 10월까지 95일 동안 이 가짜 의혹사건을 101건 보도했고, 특히 8월 한 달에만 하루 평균 2.3건씩 모두 70건을 집중 보도했다고 집계했다. 9시 뉴스에서 한 달 내내 야당 후보 아들의 가짜 병역 의혹을 하루 2건 이상씩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선과 관련된 8월 ‘9시 뉴스’ 전체 보도 99건의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김 교수는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의혹을 8월의 최대 선거이슈로 만들려는 의도가 뚜렷하다”고 했다.

방송 뉴스에선 제목 한 줄, 코멘트 하나, 영상 한 컷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받는 인상이 확 달라진다. 김 교수는 KBS가 김대업씨의 영상을 모두 1030초(28%) 동안 내보내 수사 주체인 검찰 관련 영상 791초(21%)나 병무청 직원 등 의혹 관련자 영상 954초(23%)보다 훨씬 자주 방송해 김씨의 허위 주장을 중심으로 뉴스를 풀어 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기 등 전과 5범인 김씨가 마치 병역비리 전문 수사관처럼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과, 힘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야당 후보 아들의 영상을 세 차례나 나란히 맞세워 편집해 야당 후보 측이 뭔가 약점이 있는 것처럼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KBS는 또 김대업씨 肉聲육성을 전체 보도의 37%에서 인용, 다른 관련 당사자들의 인용 비율 22%를 압도하는 비율로 방송해 시청자들의 머리에 의혹을 확실하게 刻印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제목에서도 KBS는 “은폐 物證물증 있다” “증인 더 있다” 식으로 김씨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비치는 제목과, “진짜냐 가짜냐” “의혹 공방 불꽃” 같이 가짜 의혹을 키우는 제목을 47%나 썼다. 지난해 강동순 당시 KBS 감사가 “(김대업 사건을) 狂的광적으로 방송했다”고 고백했던 그대로다.

KBS를 비롯한 이른바 공영방송들의 ‘광적 방송’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02년 8~9월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많게는 11.8%까지 하락한 것이다. 서울지법은 김씨 등에게 2004년 1월 허위 병역 의혹을 부풀려 대선에서 치명적 타격을 입힌 한나라당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그 근거로 당시 8~9월의 지지율 폭락이 “병역 의혹 제기로 인한 것”이라고 明示명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KBS 創社창사기념식에 직접 찾아가 “방송이 없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됐겠느냐.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가겠다”고 할 만했다.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과 함께 맹활약한 주인공으로 검찰을 빼놓을 수 없다. 검찰은 병역 의혹 수사를 2002년 8월 1일 착수해 질질 끌다 2003년 1월 30일에야 “근거없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대선은 가짜병역 의혹 부풀리기에 힘입어 진작에 여당 승리로 끝난 뒤였다. 검찰 스스로가 늦춰진 正義정의는 不義불의보다 더 나쁘다고 한 法諺법언이 진실임을 실증했던 것이다.

김인규 교수는 KBS ‘9시 뉴스’가 병역 의혹을 “이회창씨가 여당 후보였던 1997년 대선에선 19건 보도했다가 야당 후보였던 2002년엔 101건 보도했다”고 했다. 이런 KBS를 탄핵방송을 통해 한 단계 더 偏向편향시킨 정연주 KBS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이 뿌리 내리려면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연주씨의 주장에 대한 可否가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