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운명은 탈레반 ‘슈라(Shura)’에 달렸다.

‘지도부 회의(Leadership Council)’로 번역되는 슈라는 탈레반의 모든 활동을 총괄·지시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탈레반의 최고위 인사 10명으로 구성된다.

한국인을 납치한 조직이 일개 강도단이 아니라 탈레반이 맞다면 현재 인질 석방 협상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은 탈레반 슈라다.

◆정권 붕괴 후에도 건재

탈레반은 집권(1996~2001년) 당시 샤리아(엄격한 이슬람법)에 따라 정당이나 국가 기관을 만들지 않고 슈라를 구성해 의사 결정을 내렸다. 탈레반을 창설한 최고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Omar)를 포함, 최고위 인사 10명이 슈라의 멤버였다.

오마르는 2001년 12월 미군의 공격으로 수도 카불에서 쫓겨나자 슈라 멤버 중 핵심 4인방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일임하고 산악지대로 숨었다.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토벌작전에 맞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지역 사령부 5곳을 두고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이 중 발루치스탄의 퀘타시(市)는 이들을 총괄하는 ‘임시정부’가 됐다. 슈라가 위기 상황에서도 제기능을 잃지 않고 최근 탈레반이 남부 근거지를 벗어나 카불로 북상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실력을 회복한 것은 이처럼 건재한 조직 덕분이다.

◆“슈라 핵심 멤버를 제거하라”

탈레반은 작년 말 슈라 핵심 인물들의 신상과 소재를 파악한 미군과 나토군의 공세로 위기를 맞았다.

탈레반 남부지역 총사령관 겸 자금 총책인 아크타르 오스마니(Osmani)가 작년 12월 남부 헬만드사막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고, ‘탈레반 넘버 3’란 별명의 물라 오바이둘라(Obaidullah) 전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파키스탄 퀘타에 숨어 있다가 파키스탄 군에 체포됐다. 이어 탈레반 군사 총사령관이자 ‘전쟁 영웅’인 물라 다둘라(Dadullah)마저 지난 5월 12일 헬만드주에서 영국 특수부대와의 교전에서 전사했다.

탈레반은 즉각 다둘라 후임에 그의 동생인 물라 바크트 모하마드(Mohammad)를 임명했다. 오스마니와 오바이둘라의 후임이 정해졌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탈레반은 공석이 된 슈라 멤버들을 이미 새 얼굴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높다.

◆“봉사활동도 안 돼”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가 지난 4월 펴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 슈라는 작년 12월 ‘탈레반의 행동규범’을 산하 조직에 내려보냈다. 규범의 내용 중 하나는 비정부기구(NGO)들의 대민 지원활동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주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벌어지는 의료·사회 재건사업이 결국 미국 후원을 받는 하미드 카르자이(Karzai) 정권을 돕는 행위라는 논리다.

탈레반이 한국인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한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