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료·봉사단원들의 피랍 소식이 전해지자,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펴는 한국인들에게 “안타깝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한국인들은 이번 활동이 일부 외신에 ‘선교’ 활동으로 비쳐지면서,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21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칸다하르 시 중심가의 ‘샘 유치원’에는 인근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 유치원은 한국 NGO(비정부기구)가 극빈층 아이들 70여명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하며, 공부를 가르치는 시설. 현지 주민들은 원장인 최모(여)씨에게 “이곳을 방문하려는 한국인들이 납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위로했다고 한다.

수도 카불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권용준(45)씨도 2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0여명의 주민들로부터 '좋은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 변을 당해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 꼭 잘 해결될 것'이라는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한국인들이 그동안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와, 한국인에 우호적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밤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또다시 연장했다는 소식을 들은 카불대 학생 아사드(21)는 "협상시한을 조금씩 연기하면서 상대방의 애간장을 타게 함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텔레반의 속셈"이라며 "앞으로 힘든 과정이 계속될 테니 한국인들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친절하게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외국인들이 자기네 땅에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한국인들이 납치된 가즈니주(州)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그들(납치된 한국인들)은 한국에 있어야지 전쟁으로 찢겨진 아프가니스탄에 있어선 안 된다"면서 "마치 자기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우리 경찰이나 치안 담당자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의 한국 교민 200여 명 전체가 '선교사'로 오해받게 됐다는 우려도 높다. 21일엔 한국이 지원하는 칸다하르의 힐라(Hilla) 병원에 범(汎)아랍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취재진이 찾아왔다. 이 병원은 접수비(800원 가량)만 받고, 하루 150여 명의 아프가니스탄 환자를 사실상 무료로 치료해 준다. 그런데도, 알 자지라측은 "납치된 한국인들이 선교활동을 하러 왔고, 이들이 이 병원을 방문하려고 했다"며 이 병원을 찾았다. 병원 책임자인 백모씨는 "선교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돕는 순수 의료 기관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병원 촬영은 거부했다"며 "혹 탈레반이 알 자지라 화면을 보고 우리 병원으로 몰려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통상부는 지난 21일 아프가니스탄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을 상대로 출국 유도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칸다하르에서 의료봉사 중인 한 NGO 관계자는 "어제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자진 출국을 권유하는 팩스를 받았지만, 현지에 벌여 놓은 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는 것이 여의치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