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열 뉴델리 특파원

도대체 납치된 한국인은 몇 명인가? 아프가니스탄발(發) 한국인 피랍 사건이 알려진 20일 우리 외교 당국은 하루 종일 피랍 한국인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20여명’�‘23명’�‘21명’으로 오락가락했다. 결국 밤늦게 ‘21명’으로 정리했지만 다음날 ‘23명’이라고 또다시 정정했다. 이 또한 ‘정확한 게 아니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 과정에서 모두 7차례나 숫자가 왔다 갔다 하는 혼선을 빚었다고 한다.

피랍 한국인 숫자의 혼선에는 탈레반도 한몫을 하긴 했다. 탈레반의 대변인 격인 유수프 아마디는 처음엔 “남성 3명, 여성 15명 등 18명의 한국인을 납치했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엔 “한국인 피랍자는 23명인데, 그중 5명이 아프가니스탄 언어를 사용해 아프가니스탄 사람으로 오인했었다”고 말했다. 그사이 국내에선 납치된 사람 중 5명이 탈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탈레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현지 언어를 한다 해도 한국인과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헷갈릴 수 있는가”란 의문이 남는다. 해답은 하자라(hazara)족이다. 그 옛날 몽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들어온 몽골족이 지금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이들이 하자라족이고, 외모가 한국인과 매우 흡사해 탈레반이 착각한 것이란 분석이다.

인질 구출에 외교 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피랍자 숫자마저 나흘이 지나도록 최종 파악이 안 되는 우리 외교당국의 능력이 국민들과 언론에 적잖은 실망을 준 것은 틀림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숫자’ 혼선을 빚은 직후 외교당국이 취한 조치다. 당국은 21일부터 아프가니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에게 일절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못하게 했다. 이번 ‘숫자 혼선’의 과정에서 기자들이 한 것은, 브리핑만 기다리지 않고 현지 대사관 등에 전화 취재를 통해 외교 당국의 ‘21명’ 발표가 이상하다고 지적한 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