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슈를 놓고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영국과 프랑스가 새 지도자를 맞아 급속히 접근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든 브라운(Brown) 영국 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을 방문, 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것을 계기로 양국 간에 전에 없던 밀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영국 총리실, 프랑스어 홈페이지 열어=브라운 총리는 지난 20일 프랑스 방문에 맞춰 영국 총리실 홈페이지에 프랑스어판을 열었다. 총리실 홈페이지는 지난 6월에 외국어 서비스로 처음 아랍어판을 시작했고, 이번에 두 번째로 프랑스어판을 시작했다. 영국 총리실의 프랑스어 서비스는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변화를 상징하는 이정표다.

영국과 프랑스는 토니 블레어(Blair) 전 총리와 자크 시라크(Chirac) 전 대통령 시절에 사사건건 대립했다. 두 사람이 이라크 전쟁, 유럽 농업보조금 문제 등을 놓고 번번이 대립하는 바람에 양국 간에 오랫동안 찬 기류가 흘렀다.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6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에 우호적이다. 특히 블레어 전 총리와 친하다. 사르코지가 취임하던 날, 블레어 총리는 직접 프랑스어로 축하 메시지를 동영상에 담아 총리실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사르코지에 이어 6월에 취임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첫 해외 순방국으로 미국이 아닌 독일을 택했고, 독일 방문에 이어 곧바로 프랑스로 달려오는 등 유럽 중시 정책을 펴고 있다.

◆영·불 정상, 손잡고 다르푸르 가겠다=지난 20일 파리에서 열린 영·불 정상회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는 아프리카 문제, 환경 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적극 협력할 뜻을 비췄다. 이날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평화유지군 파견을 위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면, 다르푸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다르푸르를 방문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또 유엔 결의안이 빨리 통과되도록 유엔에 양국이 나란히 외무장관을 보내겠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테러와의 전쟁’에도 공동 대응하기 위해 영·불 간 실무 그룹을 만들어 정례 모임을 갖기로 했다. 환경 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환경 상품에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이른바 ‘그린(green)세’를 도입할 것을 EU(유럽연합)에 공동 제안하겠다는 것.

사르코지 대통령은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입장을 조율할 수 있도록 양국 정상회담을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브라운 총리는 둘 다 재무장관을 지냈고, 재무장관 시절 이미 만난 적이 있다. 둘 다 실리(實利)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스타일이어서 앞으로도 이해 관계가 크게 엇갈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긴밀히 호흡을 맞춰 갈 전망이다.